동그란 자리 살아요




시누네가 집안을 정리한다며 처분하려던 물건들을 모아 코너 자리를 만들었다. 

전구가 3개만 들어오는 조명, 둥근 의자(papasan chair), DVD 선반을 받았다. 


몇 주간 자리를 바꾸고, DVD 선반을 다른 색으로 칠할까, 오피스에 둘까 하다 구석 자리를 발견했다.

대체로 알록달록한 우리집이지만 조금은 성숙한 공간도 필요해 보여 짙은 나무색을 그대로 뒀다. 

DVD를 거의 사지 않는 시대가 왔어도 필요 없는 물건일리가 없다. 

책을 가로로 눕히고, 여기 저기 앉아있던 장식들을 조금씩 넣어봤더니 제법 잘 어울린다. 


이케아에 놀러간 김에 사 온 마음에 드는 쿠션을 올리고, 

둥근 의자의 틀과 비슷한 색조의 액자 두 개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넣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넣으려니 인화하고 기다릴 시간이 지루했다. 

내 것이 아닌 훌륭한 작품들은 나를 더 생각에 잠기게 한다. 


액자 하나에 넣은 사진은 팔랑팔랑 넘기던 잡지, 

그나마도 버릴까 생각하던 잡지에서 발견한 마음에 드는 페이지였다. 

아름다운 웨딩 케이크의 모습이 담겼다. 


한 장은 오래 전 한국에서 산 멕시코 사진집에서 떼어냈다. 

처음으로 간 이국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으므로. 


어디선가 이런 행위(마음에 드는 사진이나 그림을 액자에 넣는 것)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하는 글귀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렇다면... 세상 많은 예쁜 것이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재활용 쓰레기통에 들어가거나, 

헌책방 어느 구석에서 먼지를 먹게 될 것이다. 








혼자 살 땐 선인장도 죽이던 내가 지금은 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나무와 꽃들, 새와 벌레, 토끼, 여우, 나비가 될 애벌레 등과 함께 산다. 


축복을 위한 일거리들이다. 











덧글

  • Po 2018/07/16 00:07 # 답글

    동그란 자리가 창 너머 스며드는 햇살에 비춰 따스하고 아늑해 보여요
    위치 선정 센스가 좋으신듯 ㅎㅎ
  • Jl나 2018/07/16 03:10 #

    고맙습니다. 누군가 저기 오래 앉아있어야 그림이 완성되는데... ㅎㅎ
    계속 이리 밀고 저리 밀고 했어요.
  • 2018/07/17 17:41 # 답글

    우왕.... 너무 이쁜 공간이예요. 절로 마음이 편해지네요...
    요새 저희도 정원 딸린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서 근처에 매물이 나오면 늘 보러 간답니다. 지금은 시골이긴 하지만 아파트에 살거든요.
    역시 일이 많겠지요...? 좋을 거 같으면서 힘들 거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ㅎㅎㅎ
  • Jl나 2018/07/17 21:38 #

    작은 정원이어도 아이들에게 참 좋은 것 같아요. 흙놀이, 물놀이도 하고, 뛰어다니고, 공놀이하고, 봉봉도 타고...
    집이 너무 크거나 정원이 너무 크면 정말 일이 많으니까 (여긴 비가 자주 와서 여름엔 (올여름은 예외였지만) 매주 잔디를 안 깎아주면 난리가 나거든요. 그게 생각보다 큰 일이더라고요. 던서방이 하지만...) 미님 가족분들, 특히 미님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잔디를 찾아보시길 권하여요. 날 좋은 날 그냥 멍하니 앉아서 아이들 노는 것 볼 수 있음 참 좋으실 거예요. 피크닉도 하고, 저녁도 먹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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