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수업과... 태양은 붉지 않아





일요일에 막연히 좀 해보고 싶었던 도자기를 처음으로 만들러 다녀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종일의 휴가를 얻었다. 






강렬하다... 

배우고 나서 보니 저렇게 눈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구나 싶다. 

죄송해요. 전 저 눈이 좀 무섭... ㅎㅎㅎ







두 동의 건물 곳곳에 인상적인 작품들이 있었다. 

물론 그릇과 자기, 화병, 컵 같은 것도 있었는데 

그건 내부 숍에 있어서 찍지 않았다. (아마 못 찍지?)







작품들에 켈틱 영향을 받은 디자인과 컬러들이 있어 아일랜드인일까 했는데 

최근에 귀화하신 영국인 선생님이었다. 아일랜드에 사신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하셨다. 


브렉싯의 영향으로 국적을 바꾸는 영국인들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 전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고 더럽혀도 되는 공간과 도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집에서 하려면 일이 너무 많은 것들이다. 기계 가마의 가격도 굉장했다. 
 






첫 수업이니까 돌림판(?)을 사용하는 기술까지 배울까 했더니 

놀랍게도 하루에 네 가지를 만드는 수업이었다. 

명판, 컵, 그릇, 조각 작품까지.



Falling slowly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오가는 대화는 여왕과 로얄 웨딩이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아일랜드 여권을 얻으셨다지만 매우 영국인인 분이셨다. 

이번 주에 있을 낙태 허용 여부를 정하는 국민 투표가 

아일랜드인으로 참여하는 첫 투표라 하셨다. 






처음으로 만든 것은 당연히 딸을 위한 것이 되었다. 

무른 흙으로 서툴게 장미 모양을 만들고 있는데 나더러 일본인이냐 하셨다. 

한국인이라 하니 일본 학생 둘이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동양에서 온 사람들은 꽃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을 잘한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칭찬을 하신 것... 음...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느린 것 같아서 얼릉 마무리.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의문에 "우리는 젓가락을 사용하니까요"

하니까 다들 웃었다. 농담으로 여기는 듯 했다. 



..........아니 농담이 아닌데... 


많은 서양인의 손이 덜 야문 것은 

젓가락으로 콩을 안 집어서 그런데... -_,- ㅋㅋㅋ



(...다시 생각해 보니 던서방은 젓가락으로 콩 잘 집는데......)






두 번째 것은 던서방 꺼.

내가 언젠가 배 사준다고 약속했으니까 

자... ㅋㅋㅋㅋㅋㅋㅋ






채색을 하고 긁어내는 기법이었다. 





반대쪽엔 그의 이름을 새겨줬다.



구운 작품은 열흘이 지나야 볼 수 있다고... 

도자기 돌림판(?) 물레(?)를 사용하는 일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새끼 손가락이 닿는 바닥이 긁히는 느낌이 들고 팔꿈치의 힘도 잘 이용해야 했다. 

잠시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깨지거나 휘어지는 작품,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이리 저리 누르고 돌리고 하다 보니 그릇 같은 것이 나왔는데 

그건 거의 선생님의 힘으로 완성되었다고 본다. 





점심 시간 후 조각 만들기에 들어갔는데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찰흙처럼 큰 덩어리를 주물럭거려 만드는 게 아니라 

지렁이처럼 긴 코일을 만들어 쌓고 

표면을 평평하게 만들며 올리는 일이었다. 


두 시간 반이면 넉넉할 것이라 하셨지만 

디테일을 완성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무서운 아이가 나왔다. 

ㅋㅋㅋㅋㅋㅋ




애초의 계획은 길게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아이의 모습이었는데 

얼굴 형태도 채 완성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다 되어 

얼른 머리를 붙였더니 저리 끝나고 말았다. 





코 모양도 더 다듬고 광대와 턱도 만들고 

입술과 눈의 모양도 잡으려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다. 




목까지는 코일 모양을 감아 올린 뒤 겉과 속을 매끈하게 다듬고, 

얼굴은 두 개의 큰 덩어리에 홈을 만들어 이어 붙이는,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거치는 것이어서 

매우 신선하고 재밌었다. 
 



네 시 반까지 이어진 수업, 

그거 하루 했다고 어찌나 피곤하던지... 




근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집에 돌아와서도 

페인트를 집어든 매우 생산적인(?) 하루였다. 

ㅎㅎㅎ






이노무 거 하느라고... 

약 2년 전 이 집에 이사 들어올 때 산 신발장인데 

조립식으로 한 50유로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안 곳곳의 나무결과 색이 적당히 어울리는 편이라 

지금까지 그대로 뒀는데 늘 미완성인 느낌이 있었다. 

 






손 떨려 죽을 뻔... 

(좌우 대칭, 선 밖으로 안 나가야 하는 구성 같은 것에 약함.)







완성하고 보니 우리딸 인형의 집이랑 어울리지?
 




음흐흐흐흐하하하하하....







- 끝 - 






덧글

  • 보리 2018/05/23 20:28 # 답글

    우와 신발장이 진짜 너무너무 이뻐요!!!! 업싸이클이네요!!!! 50유로짜리가 250유로짜리로 보이네요!!!
  • Jl나 2018/05/23 23:31 #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아무도 250유로 안 줄 것 같지만 감사합니다 ㅎㅎㅎ
    집에 보이는 나무색 물건을 계속 보고 있으면 자꾸 칠하고 싶어져요.
    서방님이 아기 볼 때 해보세요. 색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니까요. ^^
  • blue snow 2018/05/24 10:13 # 답글

    신발장 ㅜㅜㅠ넘귀여워요 꺄...팔아도 될 비쥬얼이에요 ㅎㅎㅎ
  • Jl나 2018/05/24 19:33 #

    고마워요. ^^
  • Po 2018/05/25 00:40 # 답글

    신발장 너무 좋습니다. 특히 핑크 민트의 색배합이 너무 잘어울려요~
  • 지나 2018/05/25 02:12 # 삭제

    정말인가요? 세 번째 칭찬 들으니 정말인가 싶어요. @_@
  • 무장공자 2018/05/25 05:54 # 답글

    인형의 집 너무 예뻐요!! ㅠㅠ 따님분의 고사리손으로 가구도 재배치하고 인형놀이도 하고..!
    저의 어릴적이 생각나네요.. 아주 아가였을적에 부모님이 인형의 집을 사다주셨는데 고향집에 가면 아직도 있어요!ㅋㅋ..
    도자기 재밌죠..!! 끝날때 핸드크림 자주 발라주세욧!!><!!
  • Jl나 2018/05/25 23:38 #

    그쵸... 독일 수퍼에서 할인하길래 룰루랄라하며 데려왔어요. ^^ 맘(시어머니)도 손녀들 위해 사셨고요.
    우리 때(쿨럭쿨럭)는 부자다... 싶은 여자 아이들만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에딘이 아주 어릴 때 성급하게 ㅎㅎㅎ 제가 갖고 놀려고 ㅋㅋㅋ

    ...그래서 핸드 크림 광고에 도자기 만진 손이 나왔나 싶어요 ㅎㅎㅎ 손을 예쁘게 가꾸고 싶으면 할 수 없는 게 공예더군요.
  • 션이다 2018/05/29 16:29 # 답글

    가구 이쁘게 잘 칠했네! ㅎㅎㅎ 역시 센스짱
    손재주가 있으니, 도자기도 좀 배우면 잘할꺼야~
    (사람 머리에서는 의구심이 좀 들지만 ㅋㅋㅋ)
  • Jl나 2018/05/29 16:35 #

    풓ㅎㅎㅎㅎㅎ 사람 머리 ㅋㅋㅋㅋㅋ 처음엔 해골상이었닼ㅋㅋㅋㅋㅋㅋ 아 그래도 처음치곤 괜찮은 편이었어 ㅋㅋㅋㅋ 제대로 만들려면 하루 종일 걸리겠더라. 뭐 하나 칠하고 나니 집안 곳곳에 손댈 데가 보이는데 던에딘과 함께는 굉장한 체력이 필요하도다. (시름시름)
  • 션이다 2018/05/29 18:40 #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을 했넵!!
    욕봤답 ㅋㄷㅋㄷ
  • 점장님 2018/05/31 11:33 # 답글

    지나님도 보면 본업과 별도로 뭔가 실체 있는 것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야 하는 기질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저도 그런 편인데... 본업은 회사원이니.. 이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내 인생 어찌 되려는지..
    도자기는 가마에 들어갔다 나오면 또 많이 달라 보일 거라 기대되네요.
    얼마 전 어떤 행사에 가서, 도자기로 다육 화분을 만들어놓은 것을 봤는데 참 예뻤어요.
    도자기로 만든 식물이라... 센터피스 용으로도 좋을 것 같았고요 ^^
    마지막에 핸드페인팅하신 수납장이 아기자기한 집 분위기랑 참 잘 어울려요~
  • Jl나 2018/05/31 16:46 #

    감사해요 점장님 ^^ 다육 화분을 도자기로 만들다니... 와아...
    에... 우리 같은 사람들을 이상이 아닌 현실을 선택한 케이스라고 하나요? ㅎㅎㅎ (많은 동양 부모님들이 예술은 취미로 하고 돈 되는 일을 하라라고 하는 것처럼요)

    그래도 9 to 5일은 정말 싫다면서 여러 가지로 돈 버는 사람들 모습도 보이고, 인간은 선택에 따라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사는 것 같아요. 취미로 한다는 말이 어떤 프로 예술가들에겐 굉장히 불쾌하게 여겨지는가 보던데 취미로 하던 일이 본업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인생 긴데 하고 싶은 거 계속 하며 살아야죠. 아이 둘 키우시면서 바삐 지내시는 거 멋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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