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게 된다 멍하니 창 밖을 보다가



해가 갈수록 점점 한국 연휴가 무감각해지는 걸 느끼며 아, 이렇게 정말 해외 동포 여러분에 들어가는구나 한다. 

그래도 기분을 내기 위해 떡국과 전 몇 장 정도는 부쳤는데 이번엔 몸살 때문에 세 가지 전(새우 파전, 가리비전, 맛살전)만 

안주 삼아 후다닥 부치고 끝냈다. 


동계 올림픽의 흔적은 이곳에선 전혀 볼 수 없다. 

인터넷을 켜서 구글 로고에 뭔가 겨울 스포츠 같은 게 보이면 무슨 경기가 진행 중이긴 한가 보지? 정도의 느낌만 있다. 

겨울 스포츠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 사니까 더욱 그렇다. 

(아일랜드의 겨울은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별로 없고, 눈도 드물다. 가끔 눈이 쌓이면 깜짝 놀라 눈사람을 만든다. 

스노우타이어 같은 걸 다는 일도 없다. 겨울 스포츠는 겨울에만 생기는 아이들을 위한 작은 아이스링크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룩셈부르크에서 월드컵이 있었을 때도 한국에서와 같은 떠들썩함은 느끼지 못했다. 

광장에 스크린이 서고, 맥주를 들고 화면을 비교적 조용히(고함 지르는 이가 드물어 희안했다.) 응시하는 무리들이 있을 뿐이었다. 

레스토랑마다 야외 의자에 스크린을 꺼내놓고 손님을 부르는 가게도 제법 있었지만 다들 그냥 물끄러미 화면을 응시하며 

식사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했다.


남의 나라 경기인 것이다. 

(룩셈부르크는 작은 나라가 그러하듯 축구 강대국이 아니다. 

고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기겠다고 애쓰는 모습을 그냥 구경할 뿐이다.)

경기를 보며 흥분하는 사람들은 이웃나라에서 온 독일/프랑스/벨기에인 등으로

룩셈부르크 시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이었다. 


당시에 상점들을 지나치는데 어떤 가게 앞엔 "Football FREE Zone"이라고 

주인장이 신경질적으로 갈겨 쓴 것 같은 글자 팻말이 보여 웃었다.

월크컵이고 나발이고 사람들이 떼지어 다니고 유별나게 대화하고 흥분하고 하는 

그 모든 것이 지긋지긋한 사람들을 위한 장소 같았다.    




어떤 나라에선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겨지고 곳곳에서 흔적을 발견하지 않기가 어려운 일이 

관심 없는 나라에선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의 "중요한" 문제 역시 

거론되거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겠구나 싶다.










덧글

  • 2018/02/27 05:3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2/27 06: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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