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 데리러 가야지 살아요




딸을 일주일에 한 번 유아원 보내는 월요일이라 좀 한가했다. 

반나절은 좀 쉬고 반나절은 일을 달린다. 그래도 밤에 아이를 재워야 맡은 일을 해낼 수 있다. 

남편이 매일 아이를 목욕시켜 주고 재워줘서 가능한 삶이다. 

9 to 5였던 근무 시간은 낮에 두어 시간 (아이를 만화 보게 하고), 

밤에 두어 시간 (아이를 재운 후 다시 깰 때까지의 틈)으로 바뀌었다. 

감사히도 아이를 낳기 전에 하던 일 양 비스무리하게 (80% 정도?) 해내고 있다. 

속도가 빨라졌거나 절박함에 순간 집중력이 늘었거나 둘 다이거나...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에 급하게 쓴다. 

결혼을 하면서 한국에서의 삶과 커리어를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은 

첫 소설 ㅍㅎㅎㅎ 같은 것에 썼듯 아직 젊기 때문이었고, 한국에서 아이를 불행하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가 큰 이유였다. 

한국 음식을 그리워 하고, 술자리를 그리워 하고, 사람들을 그리워 한다. 

여전한 불의와 불평등에 분노하지만,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선하고 정 많은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래서 미워도 그리운 내 고향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여전히 거의 10년이 흘렀지만 나의 결정이 나은 것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틀에서 벗어난 사람은 많은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그게 맞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곳, 특히 딸을 키우기 어려운 곳으로 느껴지는 고향은 슬프다. 



변화가 빠르다는 한국이지만 

어떤 변화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둘째를 갖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현실적인 제약(내 경우 도움을 받을 친정 식구가 없다는 것, 아이 수에 상관 없이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지만 아이를 가지라고 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는 되었다. 


힘들지만 딸아이가 주는 행복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이 아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으며, 이 아이가 잘못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마디로 아이 가진 부모들의 마음을 좀 헤아리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얼굴을 찰파닥 때리며 일어나라 해 우는 시늉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오늘 아침처럼 내가 눈 뜨지 못할 때 "타여드? (Tired? 피곤해?)" 하며 얼굴을 부비대고 뽀뽀를 해주며 깨워주기도 한다. 

아이의 꿈처럼 보드라운 피부가 내 얼굴을 부빈다. 

내 얼굴을 보면 "엄마! 엄마!!! 엄마!!!!!!" 하며 달려오는 딸을 만나러 얼른 가야겠다. 





덧글

  • 아이리스 2018/02/06 03:01 #

    오...타여드?ㅠㅠㅠㅠ 라며 볼 부빗부빗하는 딸래미라니요...지나님 넘나 부럽...힘드셨겠지만 한국을 떠나 아이를 낳으신 건 현명하신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잘 하셨어요ㅠ 저는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이 계속 불행하도록 내버려두는 사회에서는 결코...
  • Jl나 2018/02/06 03:57 #

    문제 없는 나라는 없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지만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푸념이 계속 들리니 안타까워요.
  • 더카니지 2018/02/06 09:41 #

    타여드? 흑흑 상상만으로도 너무 귀엽네요...

    이명박-박근혜 9년 동안 한국이 상당히 퇴보했으니까요...주변에서 힘들다고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정도예요....

    그리고 한국 너무 춥습니다!!! ㅠㅠ 북극한파 때문에 요 몇주간 극한의 추위를 맛보는 중이에요 덜덜 여름엔 폭염 겨울엔 한파라니 따흐흑
    아일랜드는 괜찮은가요 건강 조심하세요!!
  • Jl나 2018/02/07 07:43 #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다니... 죽기 전에 하면 되지... (하고 싶으면...)

    아일랜드는 요 며칠 눈발이 날리고 그랬어요. 한국처럼 무지 덥고 무지 추운 날은 드물고 일년 내내 비바람 + 맑음 + 비 + 바람 + 쨍 =
    선선하고 으슬으슬하고 시원하고 가끔 살짝 땀이 나나? 싶은 날들로 채워지는 사계절입니다. ㅎㅎㅎ

    카니지님도 건강 조심해요. 독감 주사 맞았나 몰라...
  • PennyLane 2018/02/06 10:17 #

    아이와 함께 행복해질 자신도, 아이가 좀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확신조차 없는 세상이니까요.
    흙수저니 뭐니 하는데 거의 모든 계층에 걸쳐 불안감이 희망을 갉아먹은 상태인게 가장 큰 문제예요. 중산층들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자신들이 누린 것조차 자식 세대가 향유할 수 없으리란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 Jl나 2018/02/07 07:45 #

    슬퍼요...
    우선 우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따라 행복하겠지요. 우리 때는 학원을 갔어도, 대입 공부를 했어도 지금처럼 별나게 하지는 않았지요. 취업도 어려웠지만 지금처럼은 아닌 것 같고요... 그래도 아이를 낳았으니까 더 나빠지지 않는 세상은 만들도록 노력해야겠다 싶어요.
  • 2018/02/06 15:28 #

    타여드 ㅎㅎㅎ 아 별빛처럼 따뜻한 말이네요. 리온이는 사자처럼 강렬하게, 엄마 아침이야 일어나 를 하고 있습니다. 굿모닝뽀뽀정도는 해주지만, 남자애라서일까요 성향이 그런걸까요. 아들둘이라 알 수 없는 저는... ㅋㅋㅋㅋ
  • Jl나 2018/02/07 07:47 #

    넘어지거나 어디 부딪히면 지가 지보고 "유 오케이 에딘~?" 해요 ㅎㅎㅎ 어이가 없어서 ㅎㅎㅎ
    인터넷 회의하는데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다이노서(공룡)~~ 우워어어어 (-> 페파의 영향 ㅋㅋㅋ)" 하고요 ㅋㅋㅋㅋ
    아들 둘이 양쪽에서 해주면 네 배로 행복하실 거예요. ^^
  • 2018/02/06 15:3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8/02/07 07:50 #

    그러게요 그런데 한국에서 자라서 밖에서 살게 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지고 있어서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해요.
    아무리 몸이 밖에 나와도 생각을 한국어로 하는 한 한국이 잘못되는 건 우리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잖아요. 우리가 낳은 아이들도 분명 결국 뿌리에서 자신의 색과 표현을 찾을 것이고요... 많지 않더라도 분명 영향을 받을 거예요.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어쩌겠어요... 도움이 될 수 있으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야겠지요.
  • zita 2018/02/07 21:46 #

    한국은 여자가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잔인하죠. 지나님의 선택은 현명했어요.
    집 떠나와 새로이 적응하는건 쉽지않으셨겠지만 사랑스런 에딘이가 조금 더 행복하길바래요!

  • Jl나 2018/02/07 22:12 #

    8년 전에 쓴 글, 국제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꼬집는 내용도 있었는데...
    많은 한국 여자들이 국제 결혼이 편하다 생각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시집을 가면 함부로 대우받는 딸들이 많아서일 거예요. 그래서 딸들을 해외로 보낸 엄마들이 안심하는 것도 있지요. 10년 전, 15년 전 방송이 그런 건 이해하겠는데 요즘 나오는 방송에도 종처럼 부리는 며느리, 명령 당하는 아내들이 많이 보이는 건 아무리 과장되었어도 현실을 반영한 거잖아요.

    우리딸은 많은 사랑 받으며 신나게 자라고 있지요. ^^ 고마워요 지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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