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중요성 멍하니 창 밖을 보다가




두 살까지는 TV를 안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하는 책과 부모들이 많다. 

일부 동의하고 일부 동의하지 않는다. 


가급적이면 인간과 인간이 살을 맞대고 눈을 마주하며 실제로 상호소통

(인터랙티브 같은 단어는 쓰기 싫어. 퉷!)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더 "교육적"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내 상황상 곤란하므로 나는 방송에 의존해야 마감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에게 도움이 될 자극을 주는 방송을 골라 보여주는 것, 

아이가 놀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 그러면서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방송을 보여주는 것을 택하는 것 뿐이다. 


영어권 방송은 텔레토비에서 시작해서 페파로 자리잡아버렸고 (너무 중독이 되어가서 이를 어쩌나 싶지만 가장 효과적이다.)

한국어 방송은 핑크퐁으로 시작해서 뽀로로를 좋아하게 하려고 여러 번 노력했는데 실패했다. 

둘리와 스머프도 실패... 어쩔 수 없이 한국어로 더빙된 페파 피그를 보여주고 있다. 


20개월이 된 에딘은 분명히 영어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영어권 문화에 더 애착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어떡해", "눈", "다했다" 등 지 맘에 드는 한국어 단어는 곧잘 뱉는다. 




어떤 특정 방송에 대해 솔직하게 비판하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을 것 같아서 꺼리는 편이지만 

정말 나아졌음 좋겠다는 생각으로 몇 가지 적어본다. 




긴 시리즈가 있는데 다 보지는 않아서 전체적으로 어떻다고 말하긴 곤란하지만

지금까지 본 뽀로로의 인상은 


- 시끄럽다 

- 화를 잘 낸다 (감정 기복이 너무 많고 크다)

- 영어판 더빙 목소리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 

- 직역이 많다. 의성어, 의태어 등이 어색하다. 



당연히 한국적인 요소들이 많은데 이 동네 생활을 몇 년 해서인지 해가 갈수록 한국 방송이 "시끄럽게" 느껴진다. 

전반적인 톤이 높고,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장면이 많다. 

(그 소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게 자연스러우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받아들이고 화병을 가진 어른으로 자란다?)

이게 한국 내에서만 보여줄 방송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는데 해외 진출도 고려하는 것 같아 

그렇다면 이건 곤란하다의 생각으로 적는다.

 

한국 방송이 한국다운 것이 뭐가 문제인가?

문제 없다. 스트레스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힐링을 많이 찾을 것 같지 않다.)

어쩌면 중국에서 보면 하나도 안 시끄러울 수도 있다. 

말을 조용조용 하는 것이 오히려 예의에 어긋나는 문화권에선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이곳, (유럽이라고 하려니 나라가 너무 많군) 그러니까 서유럽, 북유럽 문화권에서 보면

한국 방송은 대체로 소리가 크다.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딸이 한국 어린이 방송에 오래 집중하지 않는다. 

이 동네 방송을 더 편안하게 여기는 것 같다. 

아주 어린 아이가 보이는 반응으로 인상을 느끼고 있다. 



예의 바른 고양이들이 나오는 헬로 키티 영어판도 봤는데 이건 또 어색하다. 

일본식 예의를 영어로 그대로 옮긴 것이라 이걸 미국 아이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나 싶었다. 

동양에서라면 자연스러운 어른이 아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는 장면은 지나치게 잔소리가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어른이 말하는데 눈알 굴리는 미국애들 모습은 또 보기 싫어... 

미국 방송은 어린이 방송에까지 무례한 냉소를 너무 많이 넣어버렸다.) 

이것도 아마 서양 어린이 만화를 많이 접한 후라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일 것이다. 



내가 초딩이었을 때 참 좋아했던 둘리와 스머프는 에딘에겐 아직 곤란하다. 

무서워 보이는 캐릭터들이 자꾸 나와서 ㅎㅎㅎ (길동 아저씨, 가가멜, 마녀, 아즈라엘 등등)


뭘 자꾸 맨날천날 잡아먹겠대 ㅋㅋㅋㅋ 

둘리는 예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음에도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한국적 요소(외모 지적 표현 다수! 습관적 버럭거림)가 너무 많다. 



반복하지만 "외모를 지적하는 게 너무 익숙한 무례한 개그 + 인삿말"은 

한국인들의 자존감 하락에 가장 큰 기여를 하여 성형 산업을 발전시켰다. 

그대로 예쁜 사람들까지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은 나라에서도 (국가 전체 인구가 부산 인구보다 적은 나라) 도시 아이들과 시골 아이들이 나뉜다. 

수도도 두어 시간이면 주요 장소는 다 둘러볼 크기이니 그 외 도시들은 정말 작은데 그 작은 도시들에도

도시와 가까운 학교와 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성향이 나뉜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기 싫다고 아일랜드로 돌아온 시누는 작은 도시라도 도시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세상에 빨리 물든다고 (= 빨리 까진다고, 순수함을 빨리 잃어버린다고) 가급적 작은 마을의 작은 학교로 보내길 원했다. 


처음엔 이해가 좀 어려웠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이 관념이 아닌 현실이 되니 나도 그에 동의하게 된다. 

아직 산타와 요정을 믿는 이 아이들이 빨리 변하지 않길... 


이를 위한 좋은 만화와 동화는 매우 중요하다. 

딸과 한국어로 수다를 떨어야 하는 나는 

좋은 한국 어린이 만화에 목말라 있다. 




방송으로 접하는 언어 교육은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던데... 

코때까리 같은 소리.


에딘은 '바이바이', '볼', '퍼피', '머디 퍼들' 등과 여러 가지 놀이를 방송을 통해 익히고 있다. 

물 웅덩이만 보면 뛰어들려 하고 ㅎㅎㅎ (매우 이 동네 기후에 맞는 놀이)

사자 얼굴을 보면 이름은 모르면서 혼자 으르렁... 거린다. 



매우 웃긴다. 






덧글

  • 2017/12/02 10:23 # 답글

    저도 뽀로로를 애들이 좋아해서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닥 교육적으로 좋은 애니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ㅋ 맨날 지들끼리 화내고 삐치고 심한 장난 치고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전 그냥 페파 한국어 더빙판이나 바다탐험대 옥토넛, 리틀프린세스 소피아 같은 거 보여줍니다. 그 애니들은 최소한 이기적으로 굴고 친구한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은 안 보여주거든요. 저희 첫째는 페파 더빙판 보고 존댓말을 배웠어요 ㅋㅋ 옥토넛이랑 소피아는 에딘한테 아직 어렵긴 할텐데.. 옥토넛은 갈등상황 같은 건 거의 없고, 옥토넛 대원들이 꼭 해저이만리 노틸러스호 생각나게 만드는 잠수함을 타고 바다를 누비며 각종 바다 생물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내용이에요. 그러고보니 셋 다 한국 애니는 아니네요;;
  • Jl나 2017/12/02 17:45 #

    우와!! 감사해요! 역시 불평은 하고 볼 일이에요... ㅎㅎ 이렇게 뭔가를 더 알게 되어요. *ㅂ*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인님~!
  • 2017/12/03 11: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12/04 05:0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샐리 2017/12/02 11:06 # 답글

    벤과 홀리의 리틀킹덤은 어떠세요?
    저는 애들땜에 보다가 지금은 제가 더 좋아해요
    사실 한국애니는 크면 더 심해요
    특히 성역할의 고착화 여성에 대한 편견 등등
    캐릭터 상품을 파는 도구에 지나지 않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길게 가는 만화는 없고 금방
    사라지지요
  • Jl나 2017/12/02 17:48 #

    오!! 감사해요. 찾아볼게요. 나이에 따라 보는 내용이 달라지겠지만 뭐랄까... 나이 제한이 높아질수록/풀릴수록 무례해 보이는 건 편견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하지 못한 말까지 짚어주시는군요. ^^ 페파도 초기엔 아빠 역할을 너무 안 똑똑하게 그린다고 말이 많았는데 요즘 보면 엄마도 실수하고, 아빠는 예상치 못한 대회에서 선전하고 그러더라고요 ㅎ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 샐리님~!
  • 2017/12/02 22: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12/03 04:35 #

    네... 그래서 4회밖에 못 찾겠는 한국어로 더빙된 페파피그를 보여주고 있어요 ㅎㅎㅎ
    그럼에도 영어보다 조금 덜 공손하게 번역된 투도 있어요. 그런데 다른 한국 만화보다 예의바른 것 같아요. 희안하죠...

    그 옛날 한국판 텔레토비도 보여줘요 ㅋㅋ (어쩐지 웃프고 안타까운 ㅠㅠ)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한국판엔 시골 할아버지가 썰매 만드는 법도 가르쳐 주고 그래요.
  • 2017/12/02 23:4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12/03 04:40 #

    야야 ㅎㅎㅎ 넌 뭐라 뭐라해도 미래 계획 참 잘 세우는 것 같아. 난 1년 계획도 잘 안 세우는데...

    출산휴가... 으음... 분명히 필요한 제도이긴 한데 악용하는 예도 보이니까 면접에 아직도 "결혼했나요? 가족 계획은 어떻게 되시죠?" 하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 물론 이 동네에서는 그런 질문 자체가 이젠 불법(?)이라 하더라만...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 갈등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나는 재택근무라고 나름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둘 다 "제대로" 해내는 모습은 드물고, 불가능하니까...

    미국인 표정 ㅋㅋㅋㅋㅋ 이마를 어떻게 그렇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나... 에딘도 그러는 거 아닌가 몰라. 애 표정이 많아서 ㅍㅎㅎㅎ
  • Jl나 2017/12/05 20:45 # 답글

    엄마 까투리.
  • Korna 2017/12/06 15:32 # 삭제 답글

    잘 지내시죠? 오래간만에 오니 아가가 많이 컸네요
    저도 첫째 아들에게 만화를 가끔 보여주는데 만화 탓인지 요 근래 아이가 짜증이 많이 늘었어요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부정적 감정이 커지는 건 좀 걱정 되는 알이라 주시 하고 있었는데
    미디어의 영향도 있겠군요!
    정말 외국 나와 살며 느끼는 건데 한국의 한 같은 정서는 환경에 기인한 것이지 않나 싶네요.
    핵심 짚어주는 글 감사해요 ^^
  • Jl나 2017/12/06 19:29 #

    안녕하세요 Korna님~ ^^ 그러게요 쑥쑥 자라네요.
    아이들은 보는대로 흡수하고 따라하니까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남편과 한국 드라마 보는데 소리 지르는 장면, 부부 싸움하는 장면이 나오면 (자주 나오지요... ㅠㅠ)
    에딘이 빤히 쳐다봐서 깜짝 놀라 돌려요.
    우리만 안 싸운다고 될 일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것도 조심해야 애가 나쁜 걸 안 배우겠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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