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창 밖을 보다가




제비 가족들이 우리집을 나간지 어언 몇 달이 되어간다. 

아무리 한 번 구해줬기로서니 그렇다고 다음 해 봄에 대가족을 데려오면 곤란하지 않느냐며 

둥지를 다 짓기 전에 훠이 훠이 쫓아보내려 노력했건만 포기를 모르는 애미 애비 제비들은

수만 번의 날개짓으로 우리집 지붕 아래로 돌아오고 돌아오길 반복했다. 



그래... 살아라. 

똥 그까짓 거 좀 치우지 뭐... 

하며 포기했더니 동서남북 중 한 방향만 빼고 집을 지은 그들이었다. 

그 배설물의 양이 상당하여 방관하길 몇 달... 

어느날 마음을 잡고 치웠더니 그 다음날이면 또 소복히 쌓였다. 



가사를 귀찮아 하는 엄마도 제비들이 와 집을 지었다 하니 

자연의 순리라며 그렇게 함께 사는 거라며 데리고 살라 했다. 



제비들은 새끼를 소복히 낳았고 짹짹거리다 자랑하듯 날아다니다 

어느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가고 없었다. 

비어있는 둥지 세 개를 보며 저걸 어쩐다... 

이제 새들이 갔으니 허물어야 하는가, 허물어도 되는가를 고민하다 

뭐, 내년에 또 오겠지 뭐 하며 두었다. 



몇 주 후 불어온 회오리 바람 같은 것에 

남향 지붕 아래 있었던 둥지가 사라졌다. 



귀찮아 했으면서... 


무너진 둥지의 모습을 보니 미안해졌다. 

내년에 다시 와 어차피 새로 지을까?


내년에 다시 올까?










겨울이 다가오니까 작은 새들에게 예쁜 집...

주고 싶었는데 아직 정원에 크게 자라난 나무가 없어 계속 미뤘다.









그런데 우리가 들어와 살기 전부터 자라난 자연 덩굴, 

그것들과 함께 자라난 원래 주인인 듯한 나무가 담을 만들고 있어 

거기에 달았다. 





 


덧글

  • 더카니지 2017/11/14 19:53 # 답글

    복잡하게 뻗어나간 초록빛 나뭇가지에 매달린 새집이 참 예쁘네요. 제비가 집에 둥지를 지으면 복이 온다는 옛말이 있지요~ 제비 가족들이 내년에 또 지나님 집에 찾아왔아와 지나님이 준비해놓은 새집에 입주했으면 좋겠네요! ㅎㅎ
  • Jl나 2017/11/14 19:59 #

    제비 둥지가 저 집보다 커서요. ㅎㅎ 신기하게 새끼들 머리만 쏙 나올 수 있는 구멍만 만들고 나머지 기반은 튼튼하고 두껍게 짓더라고요. 수천 번 날아서 말이지요. 온 가족이 함께 짓더라고요. 수십 마리들이 날아다니며...

    저 집에는 새모이를 가득 담을 수 있어요. 그럼 아래 문틈으로 삐져나온 모이를 손가락만한 새들이 날아와 먹고 갈 수 있지요~
  • Po 2017/11/14 22:23 # 답글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여기저기에 새집이 참 많았는데, 요즘에는 급격한 도시화 덕분인지, 예전과 같은 모습들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네요. 이제 보이는 새들이란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비둘기들 뿐...이따금씩 이제는 사라진 그 새들이 모두 어디로 간건지 가끔씩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나무에 걸어놓으신 저 새집은 참 이쁘게 생겼군요. 사이즈만 크면 제가 들어가서 살고 싶네요 ㅎㅎ
  • Jl나 2017/11/15 00:29 #

    술집/펍 모양도 있고... 예뻐서 다 데려오고 싶었는데 아 글쎄 걸 나무가 부족하지 뭐예요...

    그러게요. 도시에 새들이 잘 안 보이는 건 좀 서글퍼요. 아일랜드 처음 왔을 때 아무런 인공 소음이 들리지 않는 것에 새 소리에 행복해 했던 생각이 나요. 멋도 모르던 시절 처음으로 유럽 배낭여행할 때 도시에서 구박 받는 비둘기들이 가득한 광장에서 발을 쿵쿵 구르며 쫓아내자 그러지 말라고 나무라던 광장 레스토랑에 앉아있던 유럽 아주머니 생각도 나고 그래요. 그때는 참 무심한 도시인이었어요.
  • 모밀불女 2017/11/15 06:24 # 답글

    먼 훗날 별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겠네요~ (지금의 장난스런 볼살로 봐서는 제비들의 안위가 위태위태??ㅎㅎ)
  • 지나 2017/11/15 17:25 # 삭제

    지금도 섀~!! 하며 손가락질 해요 ㅎㅎㅎ 까마귀도 할미새도 백조도 모두 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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