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 공주, 왕비 머리와 심장




페파를 보는데 박물관과 왕실 유물이 나온다. 

그런데 왜 불편하게 느껴질까?

번쩍이는 왕좌가 왜 불편하게 느껴질까?



어릴 땐 막연히 공주, 왕자, 왕, 여왕 등이 예쁘고 멋져 보이고 그런 이야기를 즐기게 된다. 

신데렐라도 사라져야 할 이야기라고 치를 떨던 사람들이 많았으나 현대에 맞게 좀 더 독립적인 이미지로 그려졌다. 


지금도 즐기는 옛날 만화나 영화를 보면 디즈니가 만든 게 많고, 

그래서 와, 디즈니가 안 만든 게 대체 뭐지? 생각될 때도 많다. 

'이 회사가 만들었으니 동심을 해치는 내용이나 거슬리는 내용은 거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브랜드는 

디즈니와 지브리 뿐이다. 지금까지는.

(그만큼 많은 감수와 준비와 시장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몇 년 전 Frozen이 개봉했을 때 룩셈부르크에 살고 있었다. 

디즈니 만화를 안 본지 꽤 오래된 시기였고, 거대하게 붙은 포스터의 여주인공 모습은 그냥 이상하게 여겨졌다. 

아는 동생이 놀러와서 별 할 일도 없는데 영화나 볼까? 했더니 한국에서 재밌다고 소문났다며 

Frozen을 보자고 했다. 다시 그 포스터를 올려봤지만 

'쟤들은 뭐야? 저 여자애는 왜 금발이면서 얼굴은 동양애 같아?'

라는 생각을 하며 동생을 설득해 다른 영화를 봤다. (디카프리오 영화였지 아마?)



몇 달 후 내 눈에 보이는 모든 방송에 이 애니메이션이 언급되었고, 

아 뭐야 싶을 정도로 질기게 따라다니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검색을 해서 보게 되었다. 보면서 느낀 감정은 비밀. 


한때 붐 정도로 여겨졌던 이 만화의 이미지는 뭐 몇 달 지나면 시들해지겠지 싶었다. 

그런데 몇 년 후 아일랜드로 다시 이사를 하자 더 생생하게 쫓아다녔다. 

프랑스에도 보이고, 독일에도 보이고, 아일랜드 문방구에도 보이고, 조카들 장난감에도 보이고, 

옷에도 보이고, 조카의 방 벽에도 보이고, 유튜브엔 깔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 징글징글하고 지겨워서 도망다닐 정도였지만 결국 나도 노래를 외우게 되었다. 

조카들이 한 천 번은 불렀으므로... 

(지금도 너무 보여서 일부러 관련 제품을 안 사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즌 레고를 갖고 놀던 첫째 조카가 (당시 여섯 살 정도였다)

무슨 얘기를 하다 '자신은 엘사보다 낮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을 들었다.


이에 깜짝 놀란 나는 

"아니야. 앨레나, 넌 결코 엘사보다 낮은 사람이 아니야."

했고, 조카는

"하지만 엘사는 여왕인 걸..."

했다. 


버럭 화가 난 나는 겨우 여섯 살 짜리에게 열정적으로 설교를 하고 말았다. 


"아니야. 앨레나. 모든 사람은 똑같아. 누구도 더 높거나 낮지 않아.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똑같아. 모든 사람은 똑같이 중요해."


그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아이에게 

"앨레나 너는 엘사만큼 중요한 사람이야. 그렇지?"

(You are as important as Elsa. Right?)

하자 

"응."

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공주나 여왕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화와 만화 속 그녀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예쁜 옷만 입고, 화려한 장신구를 하고,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고, 절을 받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고 더 중요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여러 나라의 왕족을 향한 반감은 아니다. 

(여러 나라에서 왕실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걸 보며 우리나라 왕족이 사라진 걸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선택해서 왕족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책임을 지고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단지 혈통으로 인해 존경받거나 특혜 받는 모습은 불편하다. 

모든 왕족이 좋은 모범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석을 달고 나왔다고 주목받거나 칭송(?) 받는 연예인의 모습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별 일을 안 하는 것 같은데 

부자이고, 항상 예쁘고, 반짝이는 옷을 입고, 절을 받는 그녀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 여자아이들이 부러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왕족을 미화하거나 

더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모습에 느껴지는 감정은  



금은보화로 치장된 아름답고 화려한 성당의 모습에 

'하나님, 정말 여기 계시나요?'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덧글

  • 2017/10/13 21:0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10/13 23:16 #

    몇 년 전 일이었는데 지금도 생각은 바뀌지 않았나봐요.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빼앗기기는 아주 쉬워요. 아름다울 수 있는데 추구하지 않는 것도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현혹되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모두에게 왕관을 씌워주길.
  • 2017/10/14 00: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10/14 02: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10/18 18:3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10/18 18:38 #

    그래그래 ㅎㅎ

    파리는 어떨 땐 참 좋고 어떨 땐 참 차가워.
    주변에 아파서 골골하는 사람들이 많아. 건강 잘 챙겨. 오래 가더라.
  • 2017/10/19 17:0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10/20 20:51 #

    현대에는 돈이 많으면 지위가 더 높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꾸밀 때만 꾸며야지...

    예쁘다고 잘생겼다고 우월하다 생각하는 것도 추한 일이고.
  • 2017/10/19 17: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10/20 20:56 #

    지금 한국의 상황을 생각해서 쓴 글은 아니었는데... ㅎㅎ
    다수가 싫어하는 사람을 욕하는 것은 쉬운 일이야.
    한 일에 대한 책임은 져야겠지만 휩쓸려 불필요하게 가혹하진 않기를...
  • Po 2017/10/22 21:23 # 답글

    가끔씩 보면 미디어가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세뇌 시킨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 Jl나 2017/10/23 19:54 #

    밖에서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져서 자주 불쾌해져요.
    음... 아무것도 모르고 내 삶을 살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데 그럼 또 모른다고 공격하지요.
    관심을 기울이는 건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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