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고 일이 많다 살아요




오랜만에 해가 쨍 나니 참 예쁘다. 일주일 집을 비운 사이 잔디는 무성해졌고, 

덕분에 남편은 징징거리며 (너무 길게 자란 잔디는 그렇게 깎기가 힘들단다. 내가 안 해도 되어 다행이야.)

에딘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일을 너무 잘하면 일복이 많다고 하던가...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몇 번 재앙을 일으킨 후 "아 넌 됐으니까 됐고요..." 하면서 모면한 일이 

맘네서 밥 하는 거랑 (ㅎㅎㅎ 매운 거 못 드시는데 드려서 배탈 나셔서 ㅠㅠㅠㅠ) 

잔디 깎는 일 (하도 자라난 풀을 볼 때마다 던서방이 징징 + 한숨 쉬길래 내 맘대로 시동 부릉~ 걸고 

잔디 기계를 밀어봤는데 정원에 땜빵이 생겼... 게다가 깎인 풀을 거둬들이는 장치를 써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부왕~ 밀었더니 온 사방에 찌꺼기가... ㅎㅎㅎㅎㅎ 그래서 결국 그가 "...고마워..." 

하곤 다시 깎았다... ㅋㅋㅋ ㅠㅠ ㅋㅋ)



집안 여인들은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 

집안 남자들 역시 일(Work) + 좋은 아빠(Life) 하느라 고생이 많다.


첫째 시누는 자유로운 싱글로 일과 여행을 반복 중이고, 


둘째 시누는 아이 넷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다. 막내에게 집중하면서도 다른 아이들에게 소홀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뭔가를 계획하는 일 (첫째는 어디 악기 배우러 보내고, 둘째는 어디 운동 보내고, 

셋째는 무슨무슨날 어디 가고 하는 걸 듣고만 있어도 머리가... 악...)


셋째는 나니까 음... 한국에서 일할 때 새벽 5시에 일어나 기업 출강 가고 학교 강의 가고 

학원 강의 가고 과외 하고 등등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넘는 생활을 한 게 너무 징그러워서 

새로운 나라, 새로운 일을 하면서는 반드시 9 to 5 근무시간을 지키겠다 생각했고, 거의 지켰다. 

주말에 일 시키려고 시도하고, 이를 당연시 여기는 회사랑은 일 안 했고, 

금도 오래 일한 회사가 부탁해도 주말에 일하라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를 보면서 일에 집중하는 일은 텔레토비의 힘으로만으로는 힘에 부치고 딸에게 미안해서 

요즘엔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길면 낮에는 깨끗이 포기하고 아이랑 놀고 낮잠도 자고 

밤에 재운 뒤에 슬그머니 일어나 남은 일을 마무리하고 있다. 

"투 잡을 뛰고 있다"고 남편에게 생색 내고 그도 매우 수긍하고 고맙다고 한다. 

일이 자꾸 늘어나서 아이가 없었을 때만큼 하기도 했는데 물론 힘에 부친다. 

내일부터 하루는 아이를 맡겨보려고 한다. 

워낙 사교성이 좋으니 잘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 

가는 걸 좋아하고 돈을 더 벌게 되면 이틀로 늘이고, 

2주에 한 번이라도 청소하는 분을 고용할 수 있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엄마와 직장인까지는 각각 80%까지는 할 수 있겠는데 주부는 50%도 버겁다. 

남편의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고, 사 먹는 음식이나 배달 음식에 좋아하는 것이 많지 않으므로

요리는 늘 내가 해야 한다. 청소, 빨래 등 남편이 많이 맡아주고 있지만 

대... 대충 하기 때문에... ;ㅁ;;;; (마음에 들지 않아... 프로의 손길이 필요해.

식기세척기야, 고마워. 로봇 청소기야, 기다려. 내 열심히 벌어 볼게. ㅋㅋㅋ)



넷째... (호칭을 몰라 검색...... 뭐가 어렵지 않다는 거냠ㄹ;ㄴ이ㅏ럼ㄴ;ㅇ리ㅏㅓ!!!) 

올케는 이달부터 학교에 복직했고, 때문에 에딘보다 2달 어린 장미가 먼저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다. 

적응기에는 좋아하다 울다를 반복하더니 요즘에는 가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걸 많이 배우고, 많이 사교적이 되었다고 좋아한다.

다만 풀타임으로 맡겨야 하니 엄마와 아기가 서로를 그리워 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아무리 육아를 다른 이에게 맡겨도 일하고 돌아와 딸을 만나 저녁을 먹고, 

수업을 준비하고 하려면 힘들 것 같다.



요만큼 키워보고 느낀 것은 

출산 후 아기가 가장 약하고 엄마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첫 1년이 지나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도 좀 안심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컸다고 육아일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힘이 세지니까 심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크기가 커진다. 

6개월 후 복직하는 엄마들은 많이 마음이 아프고, 불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네카도 나도 여전히 모유 수유 중이다. 양은 점점 줄이려고는 하나 두 딸 모두 너무 엄마젖을 좋아해서;;; 

두 돌 경에 떼어주면 좋겠다고 그냥 바라고 있다. 

여유가 있다면 1년 반 정도 육아에 올인하고 복직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딸이 18개월이 되어 가니 (믿을 수 있는) 남의 손에 맡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드는구나.

내 몸매와 건강도 생각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그런데 바로 이 시기에 둘째를 갖고... 

겨우 살만하다 싶은데 셋째를 갖고... 

하는 세상 많은 엄마들은...;;;;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다.

몸과 정신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버텨내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그 스트레스를 아이 키우는 기쁨으로 위안하는 사람은 행복한 엄마가 되고, 

그 스트레스에 압도 당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난 통근 시간이 없고, 폐인(화장과 옷을 신경쓰지 않아도 됨)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벌어준다. 물론 딸과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하루 24시간은 좀 길다만...;;;;



놀기 직전과 직후는 언제나 일이 많다. 

오랜만에 월요일이 두렵다. 

많은 이메일의 답장은 해치웠으나 여전히 정신 없고 다들 자기가 더 바쁘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하게 된다. 


'...그러니까 진짜는? 본론은?'


하게 되는 일이 많아.

(...죽을래?)



그 와중에 내일 정전이래. (...털썩...)

아우성치는 사람들에게 일 받고, 에딘 유아원? 놀이방? 이 뭐라 해야 하노... 그냥 Creche라 하자. 

그것도 시작해야 하고, 1시간 적응하는 모습 지켜보고, 다시 아이 데리고 와이파이를 찾아 

시누네로 이동해야 하고, 몇 시간 일하고 남편 퇴근 시간 맞춰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Good luck, 쥐나.






덧글

  • 2017/09/26 00: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09/26 02:47 #

    독일에 있는 한국 회사가 독일인을 고용했는데 2년 연속으로 병가(한 달 넘게) 내면서 사유는 "사적"이라 밝힐 수 없다 했다는데 못 자른대요 ㅎㅎㅎㅎ 그 말을 들어서인가 아직 차이가 너무 나는구나 싶네요. 정말 아픈 거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직원의 법적 권리라 고소 당할까봐 못 자른대요...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 빨리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갈 길이 멀군요.
  • 지나 2017/09/26 03:41 # 삭제

    아 참... 깜빡했다. 힘들어도 급여 받는 일을 하는 건 매우 중요해요. 당당히 권리를 행사하려면요. 정신적 자유를 위해서요...
  • 2017/09/26 20:5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09/26 21:31 #

    제3자처럼 글로 봐도 화낰ㅋㅋㅋㅋ

    뚀리라니...
    김생민이 "이건... 귀엽게 봐달란 말인가요..." 하던 게 생각...ㅋㅋㅋㅋ
    (이건 중증임. 어제부터 완전 뒤늦게 영수증 보고 꽂혔어. 너는 다 들었나?)

    놀고 와서 감기 걸렸어. 에딘도 옮았어. 케불쌍해.
    환절기 감기 조심해.
  • 2017/09/29 00: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09/29 03:02 #

    전 정말 감사해요. 딸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으니까요.
    (늘 봐주진 못하지만서도... 적어도 아기가 엄마를 그리워 하는 시간은 적으니까요)

    자주 폐인이 되어 던서방에게 미안하지만 우리는 자유인들이므로 괜찮아. ㅎㅎㅎ
    그도 집에 오면 늘 잠옷차림이므로 ㅎㅎㅎ 꾸미고 싶을 때, 필요할 때만 꾸며도 되는 자유는 참 편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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