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꼭 사서 박스에 넣어보세요 멍하니 창 밖을 보다가




요즘 재미있는 걸 하나 발견했는데 갖고 있는 줄도 몰랐던 수년 전 (정확히는 8년 전) 책을 꺼내 읽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당연히도 내 인생은 나라를 옮긴 2009년부터 많은 것이 변화했는데 요즘 2009년에 발행되고 

상당히 인기가 있어 수차례 인쇄된 "당시"의 "트렌드"와 "미래 예측"에 대한 글을 읽고 있다. 



재밌는 건 2009년엔 정말 놀라웠고, 엄청난 찬양과 주목을 받았던 키워드들이 

지금은 대부분 시들하다는 것. 

음식도 제품도 기술도 심지어 어떤 인물의 이미지까지... 

고작 10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 많은 것이 변해버린 것이다. 



점쟁이 말이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며 몸서리를 치는 사람보다 

지금 자신의 표정과 몸짓이 과거를 말하기에 그런 것들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사람 앞에서

깜짝 놀라는 엄마들의 표정을 훨씬 많이 보았다.



그에 비해 "과학적"으로 보이는 "트렌드 전망"이라는 

그 자체가 "트렌디"한 키워드도

어떤 유행처럼 지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갑자기 일어나는 기상 변화, 전쟁, 돌아이들의 외침 때문에

어쩌면 많은 이가 미래 예측을 포기한 걸 수도.



한편으론 사람들이 미래 예측에 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많은 이의 불안감이 줄었거나 이를 초월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지.



수많은 화장품과 수많은 보험, 비싸고 비실용적인 것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동안 이사 때문에 (우리집도 보관할 공간도 없어서) 맘 댁에 보관해 둔 해묵은 책들이 

잊고 있던 상자 속에서 발견되어 굉장한 즐거움과 민망함을 선사하고 있다. 

그 책들 중엔 '아니 내가 이런 쓰레기에 돈을 쓰다니...' 하는 것도 있고, 

'아니 내가 이런 게 멋있다고 생각했단 말이야?!!!' 하는 것도 있고, 

'아니 내가 이런 삶을 꿈꿨단 말이야?!!!' 하는 것도 있어서 

8년, 7년, 6년 전 나에게 막 손가락질하며 깔깔거리게 된다.

그러다 간혹 '아... 여전히 좋구나' 하는 책을 발견하게 되면 

참 괜찮은 작가로구나 생각한다.



실은 책을 많이 읽는 편이 못 된다. 

편애가 심해서 여러 작가의 책을 읽지 않고 

샀던 책,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는 편이다. 

잘 안 읽히거나 뇌나 심장을 쥐어짜는, 

읽는 것 자체에 "힘을 들여야 하는"

책도 잘 안 읽는다. 



종이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말은 

한 십 년 전부터 계속 나온 말인 것 같은데 


아녀... 


손가락에 닿는 종이의 감촉, 냄새, 그림, 사진... 

무엇보다도 소수의 베스트/스테디셀러가 아닌 한 

"절판"되고 만다는 그 희소성이 종이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걸 



또 이제야 알고 난리야. 






종이책은 박박 지울 수 없는 일기장과도 같다.

쓴 사람이 민망해 지울 수 있는 Delete 버튼이 없다. 

푸하하하하하...





덧글

  • 이지리트 2017/09/12 20:24 # 답글

    그때는 좋다고 샀는데 지금 와서 다시보면 으악~ 내손발!!
  • Jl나 2017/09/12 21:27 #

    ㅍㅎㅎㅎㅎ 그만큼 컸다는 의미일까요 ㅎㅎㅎ
  • 션이다 2017/09/13 01:56 # 답글

    예전에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쓴 저자가 파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일까? ㅎ
    며칠 전에는 5년전에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사촌동생한테서 얻어왔지. ㅎ
    그 당시에는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겠다.
    물론 5년 전에 산 책 대부분 은...
    5년 전에도 사놓고 안읽어봤기 때문에...ㅋ
    5년을 더 기다려야 하나..ㅋ 한달에 책 한권 읽기가 힘들다야...에휴~
    그나마 나는 절실히 필요로 할 때만 책을 보는 스타일이라서..ㅎ
    그 당시엔 너무 공감하는 마음으로 본 책들이 이젠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별로 놀랍지 않다거나...
    가슴 아프게 들었던 노래가사들도, 이젠 그냥 그런 추억 속의 노래가 된다거나..하는 것도 비슷하려나?
    대신에 5년전 내가 쓴 일기를 보면서 참 경험없고 애어른 같은 느낌이 풀풀 나서 놀라운데,
    그 당시의 수많은 다짐들에도 발전한 것 없는 내 자신은 그러려니 별로 놀랍지 않은건 비밀...ㅋ
    요즘 문재인이 추천한 '명견만리'라는 책이 있는데 동명의 KBS 프로그램을 가지고 책으로 엮은거야.
    앞으로의 트렌드나, 미래의 모습을 전망하는 것이 많아서 다운 받아보고 있는데,
    확실히... 수면제로 요긴하게 쓰고 있다.
    별 상관없을 법한 장사를 하고 있지만..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미래를 대비하고 살아야할 것 같아서 볼랬더만..
    먹고 살기 힘들다야~~ㅋ
  • Jl나 2017/09/13 02:46 #

    이 긴 덧글 끝에 수면제로 마무리하냨ㅋㅋㅋㅋㅋㅋ 얔ㅋㅋㅋㅋㅋㅋ

    요리책을 보건 크로셰책을 보건 자기가 좋아하는 걸 보면 잠 안 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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