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건 못 살건 우리집이 나오는 건 기분 나쁘다 머리와 심장




블로그를 하고 있고, 일상을 남이 볼 수 있게 쓰고 있으니 당연히 사적인 사진과 글들이 나온다. 

블로그란 사적(Personal: 지극히 개인적이고 인간적인)이지 않거나 

사람 사는 모습이 나오지 않으면 절대 재미없다는 게 내 생각이므로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구글에서 우리집 주소를 치면 내가 사는 집의 사진이 또렷하게 나오는 것은 매우 기분 나쁘다.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라고 생각한다. 



집의 공개는 그 사람의 경제적 수준을 공개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부자인 사람에게도 모욕적인 일이 될 수 있다.
 


물론 좋은 역할도 한다. 

위급한 일이 생겨서 경찰이나 구급차를 부르는데 

"이쪽 골목에서 꺾어 몇 미터 올라와 좌회전을 하고요... 어떻게 생긴 집 다다다음에 보면 이런 색의 대문과 이런 색의 벽을 가진 집이 나와요..."

라고 설명해야 하면 돌아버릴 것이다. 위급한 순간에 그렇게 말할 정신도 없겠지만. 



번지 없던 아일랜드에 우편번호 시스템이 도입된지 몇 년이 지났다. 

덕분에 구글맵은 매우 활성화되었고, 문화 충격에 가깝던 후진 내비게이션의 능력도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 

그러나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까지 "공유"라는 말로 포장하며 허락 없이 

(내가 언제 우리집을 공개해도 된다고 허락했는가?

세상 여러 나라의 무수한 사람들이 구글 서비스를 사용함으로써 

우리집이 공개되는 것으로 "간주"해도 된다고 서약했던가?)

개인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내가 원해서 나의 일상을 공개하는 것과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우리집이 공개되는 것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하나는 권리의 행사고, 하나는 권리의 침해다.



얼마 전에 아마도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IT 기업의 과한 정보 공유를 주제로 제작된 영화를 봤다.

배우들의 연기가 거슬려서 (한 명은 이미지에 부응하지 못하는 부족한 연기력 때문에, 한 명은 사악한 척 

하고 있지만 결국 착하게 돌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 집중이 어려웠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영화는 좋아한다고도 싫어한다고도 할 수 없다. 

어떤 점은 좋은데 어떤 점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엄지를 위로도 아래로도 내릴 수 없다. 

(실제 엄지를 내리는 버튼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그러므로 오케이 버튼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나 혼자 집요하게 주장해도 소용없겠지만 ㅎㅎㅎ)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구글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글은 무조건 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누군지 알지 못할 사람들에게 우리 일상을 매우 낱낱이 공개하게 된다.

나는 삼성폰/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고, 이곳 사람들이 쓰는 메신저 앱을 쓰고 있으니 적어도 세 회사에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일상과 얼굴과 쇼핑 내역과 검색 내역이 공유/공개된다. 

화웨이를 쓰는 남편과 아이폰을 쓰는 시누, LG폰을 쓰는 부모님과 사진을 공유하니 그 회사들에도 

내 정보는 모두/어느 정도 공개된다. 



이것이 현실인 오늘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이 기업들이 "선하리라는 희망" 뿐이다. 


개인적으로 앱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게임 다운로드도 그만둔 이유는 툭하면 

"연락처와 사진에 접속하겠다"는 메시지가 떠서이다. 

니가 뭔데? 누군데? 왜 내 지인과 내 얼굴,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겠다는 거지?

얼마나 보겠다는 거지? 언제 보겠다는 거지? 왜 보겠다는 거지? 어떻게 쓰겠다는 거지?



페이스북을 그만 둔 것은 페이스북이 선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였고, 

현재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는 생각은 안 든다. 

장사 냄새가 난다.


싸이월드를 그만 둔 것은 그 수순을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유행하는 SNS 관련 일이 들어와도 거절했다. 

사용하고 싶은 마음도, 적어도 내겐 활용 가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 각자의 용도가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다만 내가 사용해야 할 이유를 못 느꼈다. 



문맥이 없는 것들 투성이라 오해로 다툼을 일으키기 좋은 요소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내 모습이 공개되는 이 블로그에도 그런 일이 가끔 일어나는데 

몇 초, 몇 줄의 글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매일 발생하는 일에 가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족의 추천으로 구글에 내 사진의 백업을 맡겼다. 

이유는 "구글은 이미 알 걸 다 알고 있잖아" 였다. 



그러니 나는 이 기업들이 선하리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지루하다고 툭하면 욕 먹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래도 괜찮게 생각하는 이유는 

창립자가 사회 환원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 외 사람들이 어떤 삽질과 악한 일을 하는지 몰라도 

그저 그 지도자의 이미지로 기업을 판단하는 수밖에 없는 게 

자세한 기술 내용을 모르는 일반 소비자와 사용자의 마음이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17/08/02 19:31 # 답글

    제가 아는 유튜브스타 있는데, 트윗도 하고 페북도 하는데 자기 어디 사는 지랑 얼굴을 숨기고 살아요. 그래서 극성인 팬들이 얼굴 공개해달라던가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만 결국 못 찾음. 그 말은 즉슨, 업체에 의해 공개되는 정보로는 한계가 있다는 거죠.

    그리고 아무리 숨기고 살아도, 내가 자주 가는 슈퍼의 아줌마가 "그 로그가 여기 있다니까" 라고 제보하면 은신깨짐. 사람이 사람 만나고 살고, 사람 만나 일하고 사랑하기에, 나를 아는 타인을 통해 정보가 교류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예전에는 발품 팔아야 얻었을 정보를 조금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도.

    찾는 행위 자체가 힘이 들기에, 굳이 그 대상을 찾을 가치가 없다면 안 찾죠. 솔직히 나에게 가치가 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런 사람 아닌데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요.
  • Jl나 2017/08/02 20:49 #

    나라별로 그 공개 수위가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온라인으로 물건만 주문해도 주소가 입력되고, 어떤 거래를 해도 우편번호를 입력하는데 제가 사는 나라에선 바로 집이 나오네요.

    한국은 스트릿뷰 거부했다고 들었습니다. 보안, 국방, 혹은 다른 비즈니스 이유에서라고요.

    구글맵을 사용하지 말자가 아니라 공개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쓴 글입니다. 관광지의 모습이 나오는 것과 개인의 집이 나오는 건 다르니까요.
  • 채널 2nd™ 2017/08/02 23:12 #

    >> 한국은 스트릿뷰 거부했다고 들었습니다

    다음 맵이나 네이버 맵에서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다 볼 수 있습니다 -- 약간의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 Jl나 2017/08/03 01:53 #

    그런 것 같아서 비즈니스라는 말을 언급했습니다만... 그렇군요.
  • 채널 2nd™ 2017/08/02 23:14 # 답글

    만인이 만인을 위해서 까 발리는 사회가 되면 "공평"해지겠지요 -- 그런데, 구글 창업자라서 자기 집 근처는 못 보이게 하고,,,,,

    가난한(?) 조선의 인민들이 사는 집은 ㅎㅎ 심지어 마당 안까지 보이도록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양극화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지금 시골의 스트리트 뷰를 보면 ....... 이런 것까지? 그런 생각이 드는 장면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 Jl나 2017/08/03 01:55 #

    그래서 영화는 매우 과장되게 표현되었지만 "기술의 위선"이란 말을 했나봅니다.

    어떤 나라 사람들의 얼굴은 가려져 있고, 어떤 나라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기도 해요.
    불평하지 않으면 이용하는 게 당연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싶네요.
  • 132 2017/08/03 09:50 # 삭제 답글

    오히려 '대기업은 선하지 못하다' 라는 주장에 감싸인채 무언가에 대고 소리치고싶은 욕구를 채우고계신건 아닌가요
  • 지나 2017/08/03 22:20 # 삭제

    글을 잘못 읽으신 것 같네요
  • 션이다 2017/08/19 14:00 # 답글

    페이스북 구글 전부 데이터를 활용해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드라.
    덕분에 교통사고 예방, 도시과밀화도 예방 되고, 땅값도 내려가고, 여유시간도 늘어나고, 이런 저런 장점과
    데이터 수집이 늘어날 수록 사생활 보호가 안되는 단점도 있겠지?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화해가니까 법이 못따라가는 것 같네.
    페이스북등이 광고 효과를 위해 지나치게 개인정보 공개를 하고 친구추천이나 연락처 공유등의 연동을 시키고, 원하지 않아도 노출이 되고 싸이월드는 그 것을 따라가지 못해서 망했다...라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기업의 이익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대중들의 수요, 욕망을 알아내어 수익을 찾을 것인가도...내 생각엔 그 모두가 시장과 여론이 결정할 듯 싶으네.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과 감추고 싶은 욕망, 모두 존재하니까.
    SNS 주도권이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듯이, 계속해서 대중들의 욕망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내어놓겠지.
    결국엔 기업의 양심과 여론에 맡겨야 할 듯 하네. 큰 기업들이라면 여론을 무시하지 못하긋지? ㅎ
    좋게 쓰면 이로운 기술들인데 대기업들이 경쟁에 매몰되어서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 ㅎㅎㅎ
  • Jl나 2017/08/20 20:55 #

    여러 가지로 위기를 느끼는 건 모든 새로운 것에서 핫한 것으로 간 것들이 아닐까? 무엇이든 정점을 찍으면 내려오기 마련이고 자리를 지키는 건 쉽지 않겠지.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나를 "이용"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모든 것은 결국 오래 가지 못하고 사라질 거야.
    고작 10년간 수많은 것들이 등장하고 사라진 것처럼.

    우린 250만원짜리 컴퓨터로 고작 테트리스나 하던 세대 아니냐? ㅎㅎㅎ 그게 겨우 90년대 이야기잖아.
    고작 100년간 거대한 전쟁이 수차례 일어나고 모든 게 사라진 걸 겨우 복구한 게 지금이야. 대단하지 않아?
  • Jl나 2017/08/20 20:57 #

    일단! "우리 서비스 쓰지 않으면 이건 이용 못 해." "무료 서비스 이용하려면 신용카드 정보 등록해야 해."
    뭐 이 따위 자세로 나오는 것들 모두에 반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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