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말뫼, 삐삐, 앤, 장미의 생일 살아요




일주일간 휴가를 다녀왔다. 

잔디에 솟아난 버터컵들이 부재를 알린다. 일 년 전만 해도 "작고 노란 꽃들이 참 예쁘네" 했는데 이젠 

"아이고 잔디 깎아야겠네" 하며 남편 말에 동의한다. 

내 것이 아닐 때는 그저 예뻤는데 내 것이 되니 책임을 느낀다. 

그래도 잔디 기계에 꺾여버릴 그것들이 아까워 한 주먹 손으로 꺾어 들여왔다. 

다녀오니 기대한 대로 첫 장미송이가 피어있었다. 내가 심고도 무슨 색인지 몰랐는데 피어난 색은 연보라색이다. 

산 기억이 없는 색인데... 내가 키운 첫 장미니까 5월에 돌을 맞이한 에딘 사촌의 이름을 붙였다.

다른 장미들은 아직 한 송이도 피지 않았다. 키만 부쩍 자라있었다. 


오랜만에 도시로 휴가를 가고 싶어 남편에게 원하는 목적지를 말했다. 

그 전까진 남편이 여기 어때? 했을 때 싫지 않으면 따라줬다. 물론 멋진 여행들이었다. 

20대의 난 여행 전에 꼼꼼히 계획을 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계획하지 않는다. 

가이드북도 보지 않고, 인터넷 검색도 거의 하지 않는다.

목적지와 숙소만 정하고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한 군데만 정해 가는 여행을 한다.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르고 집을 나서는 것... 정보의 부재, 시간의 사치...


한국 이후 에딘과 함께 하는 첫 해외 휴가였다. 

어린 아기와 함께 가도 안심할 수 있는 곳,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 멀지 않은 곳, 

내가 가고 싶은 곳, 그도 괜찮다 생각하는 곳 순으로 생각하다 보니 "코펜하겐"이라는 목적지가 나왔다. 

늘 "가장 행복한 나라" 목록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니까 좀 아껴둔 것도 있었다.


민박이라고 하려니 좀 후훗~하게 되지만 여하튼, 

민박집을 알아보다 코펜하겐 공항과 스웨덴이 가깝다는 걸 알게 되었고 

물가가 상당히 비싼 덴마크의 수도 근처보다는 국경에서 멀지 않은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 머물면 

두 나라를 다 볼 수 있는 멋진 일이 가능하리라 생각해 코펜하겐으로 가는 비행기와 렌트카, 

스웨덴에 있는 작은 마을의 민박집을 예약했다.   

  


그것이 덴마크에게 매우 미안한 일이 되리라는 건 알지 못했다. 

두 나라 사이를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 광안대교를 생각나게 했지만 그보다 훨씬 긴, 

그러나 덜 예쁜 다리의 통행료가 너무 비쌌다.

무려 왕복 100유로였다. 스웨덴에 머물며 덴마크를 많이 보려면 매일 그만큼의 예상치 못한 경비가 드는 것이었다.

첫날 차를 빌린 곳에서 약간의 할인을 받아 다리 통행료로 84유로 정도를 지불했다. 


비싼 물가에 손이 떨리던 우리는 빌린 차를 숙소에 두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코펜하겐에 갔다. 

복지의 국가답게(?) 교통비도 만만치 않았다. 스웨덴의 시내 버스비가 한 사람당 4유로(30-35 Kr) 정도,

스웨덴 말뫼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는 기차는 2인 가족 왕복권(우리 아기는 당연히 무료)이 40유로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 덴마크, 코펜하겐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동선 이상을 보지 못했다. 

겨우 하루, 그 도시를 이해하기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 도시의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스웨덴을 훨씬 많이 보게 된 여행이었다. 

잠시 스톡홀름으로 차 없이 긴 주말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두 번째 찾는 나라, 

수도가 아닌 작은 도시와 마을을 차로 다니며 이 나라에 대해 조금 더 느낄 수 있었다. 

기대한 만큼을 보여주는 나라였다. 유럽 생활 8년 후의 눈이어서인지 놀라운 것은 없었지만 

(그 전이었더라면 무척 매우 감탄하고 감동했을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나라들이었다.  

그래서 안심이 되기도 했고... (긍정적인 의미에서) 무료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부강한 나라들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안정적이고, 진지하고, 사람들은 양보를 잘하고, 운전을 점잖게 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을 내버려 둔다.) 

유머 감각은 조금 부족하다.



그래서 지루함을 느끼거나 자극을 찾는 이들도 있다. 

룩셈부르크에서 몇 년을 살던 커플이 치안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어느 남미 국가로 이사를 준비하며 들떠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들에겐 모험과 자극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무료함, 심심함 때문에 위험한 놀이를 즐기다 단명하는 머저리들보다 

안정된 일상의 권태로움을 즐기는 이들이 더 나아보인다.



날씨 운이 좋았던 우리는 스웨덴의 따뜻한 봄과 초여름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이 나라가 1년 내내 이런 날씨를 가질 수 있다면 이상적인 국가상에 매우 가까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물가와 약간의 권태감, 동화적인 세팅은 보너스다.





사진이 정리되면 더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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