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체와 가슴으로 키운다 머리와 심장



첫째 조카아이의 영성체(Holy Communion)에 다녀왔다. 

한국어로도 처음 듣는 말이었고, 영어로도 낯선 말이었다. 천주교와 기독교를 달리 취급하는 것도 이상했고, 같은 신을 두고도 같은 종교를 두고도 너는 가짜요, 내가 진짜요, 네 해석은 틀렸고, 내 해석이 맞으니 우리는 싸워야 해라고 외치는 종교인들의 말도 너무 이상했다. 

개신교/기독교 교회에 다니던 어떤 이는 "크리스찬"이라고 말하는 건 잘못된/다른 것이므로 반드시 "기독교인"이라 칭해야 한다 했다. 나도 그도 뭔가를 깊이 알지 못하는 듯 했다. 설명을 하는 이도 듣는 이도 불확실한 것을 믿고 있었다. 

남편은 한국 사람들이 Church를 나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 했다. 그러니까 "교회"는 기독교/개신교, "성당"은 천주교/카톨릭/가톨릭을 믿는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 구분한다는 말에도 놀라워 했고 (이곳에선 Church는 Church, 종파에 관계 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다니는 곳을 말한다) '크리스찬'이란 말을 '개신교인/신교도인'이란 말과 동일시 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에도 놀라워했다. 정확히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Christian = 크라이스트를 믿는 사람들 =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




아일랜드 가족 중 Church(한국인이 말하는 '성당')에 정기적으로 다니고 신앙심이 깊은 이는 어머님 한 분 뿐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신앙이나 신념을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아이가 태어나 자라면서 받게 되는 세 번의 가톨릭 의례(Christening, Holy Communion, Confirmation)를 빠지려 하지는 않는다. '전통'으로서의 '종교'가 이어지는 것이다. 

여덟살을 넘긴 남자와 여자 아이들이 웨딩 드레스 같은 새하얀 드레스와 베일, 보타이와 넥타이, 3 피스 수트를 차려입은 모습은 그야말로 "미니 + 멀티 웨딩"을 떠올리게 했다. 왜 이들에게 그토록 중요한 일인지, 왜 몇 달 전부터 예쁜 드레스를 고르느라 바쁜지 알게 되었다. 

평소에 Dress down하기를 즐기는 아일랜드인들이 그토록 Dress up한 모습을 보는 건 진귀한 일이었다. 
다들 평소보다 한껏 공들여 치장한 모습이었다. 평소에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높은 굽을 신지 않는 시누도 이날엔 화장을 하고, 임신 7개월이 된 몸에도 높은 웨지힐을 신고, 화려한 핑크색 임부용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었다. 츄리닝 바람으로 학교 앞에서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던 엄마들도 이날은 특별한 사람의 결혼식에 참여하는 귀부인들이 즐겨입는 듯한 화려한 차림으로 등장해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웨딩 드레스처럼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천사 같은 아이들 뒤에 화려한 꽃이 수놓인 베이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 아이가 보였다. 다른 복장이라 행사를 진행하는 아이인가 했더니 Church of Ireland에 다니는 집 아이라 했다. 

Church of Ireland는 Church of England의 현지화된 말이다. 즉 개신교/기독교를 믿는 집 자녀라는 것.
신부님은 천주교/가톨릭을 믿는 아일랜드 가족의 아이들에게 영성체를 건넸고, 그 개신교를 믿는 가족의 아이에겐 축복을 내렸다. 
(영성체를 건네지 않고 아이 머리 앞에 십자를 그었다.) 

그 자리에 참여한 아이와 가족도 (다른 전통을 배척하지 않고 혼자 다르다는 것에 주눅든 모습이 아니라) 좋아보였고,  
그 아이도 참여하게 해준 (포용하는) Catholic Church의 모습도 좋아보였다.

신부님의 미사를 돕는 일을 하는 소년들, 전통적으로 남자 아이들이 하던 일이라 Alter boys라고 알고 있었는데 붉은 가운 위에 흰색 가운을 입은 여자 아이(Alter girl)가 보이는 것도 새로웠다. 



*

출산 3개월부터 시작해 업다운과 Trials and Errors를 거쳐 이제 겨우 균형을 찾은 듯한 내 일과 육아의 병행은 13개월이 된 지금, 그러니까 이제 할만하다 싶은 이 시기에 또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가 걸을 때가 된 것이다. 
젖을 줄일 때가 된 것이다.

또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출산 전에 하던 양의 70프로에서 50프로로 줄여 일하고, 월급을 주지 않는 육아와 가사에서 후자를 소홀히 하자 남편이 더 도왔다. 
세상 어떤 남자보다 훌륭한 아빠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다. 칼퇴근해 돌아와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와 놀아주고, 매일 목욕을 시켜주니 나머지 시간, 그러니까 24시간 중 20시간은 내가 아이를 맡는 것이 힘들다고 푸념하기 어렵다. 

매일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당연했고, 매 시간 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당연했고, 일이 있음 있어서 정신 없고, 일이 없음 없어서 컴퓨터 앞에 매여있던 나였는데... 지금은 일이 있고 할 수 있으면 후다닥 해치우고, 없으면 룰루랄라 외출하거나 정원일을 하는 생활을 한다. 

집에서 일하므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어 좋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길 이유가 부족하고 맡기고 싶지 않으나 주변에 도와줄 (친정) 가족이 없다는 것은 버겁다. 이제 곧 손주가 여섯이 될 시어머니께 맡기는 것은 죄송하고 마음이 불편하다. 


아기가 어린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형편상 해야 해서가 더 큰 이유를 차지했고, 주부라는 말을 싫어하는 여자 그룹에 속하기 때문이다. 종종 여자가 여자를 폄하하는 데 사용하는 어휘이다. 안타깝게도.

몇 년 전에 모유 수유 캠페인을 벌였던 연예인이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엄마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안티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사람은 자신이 품고 있던 감정으로 발언하고 표현하고 그러다 의도적으로/의도치 않게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이를 공격하게 된다. 



나는 모유 수유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가슴 덕분에 일할 수 있었으니까. 

신생아를 품에 안고 마감을 지키는 일이 가능했던 건 언제나 풀어헤칠 수 있는 가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구부정한 자세로, 아이가 손을 타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다. 

아이를 눕히고, 조명을 낮추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낮잠을 재울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낮의 2시간 아이는 내 가슴을 문다. 난 그 2시간 동안 집중해 일을 한다. 

오후에도, 밤에도 계속 젖을 찾는다. 아이를 재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에 계속 가슴을 내어준다.

먹일수록 아이가 건강해지는 것 같고, 실제로도 건강해 안심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에게 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한다. 

보모나 보육원에 들어가는 돈도 아끼고 있다는 말은 여러 차례 삼킨다. 



이제 곧 아이가 걷는다. (= 더 보호해야 한다. 넘어지지 않을까 더 지켜봐야 한다.)

젖을 줄인다. (= 젖을 물려 낮잠을 재우기가 어려워진다. 집중해 일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엄마가 일하고 인정 받는 것이 아직도 어려운 세상이고

아이와 함께 하며 경제 활동을 하려면 둘 다 완벽하기 어렵다.





*

같은 신을 두고도, 같은 인간을 두고도, 

나와 다르니까 틀리고 나처럼 하지 않으니 잘못하는 것이고, 

죄를 짓고 있다 한다. 

타인과 다른 죄를 짓고 있으면서 

타인을 죄인이라 부른다.
 

어제 있었던 일을 오늘 옮길 때도 가물가물한 기억이 있고,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기 어려운데 

수천 년 전 여러 사람이 듣고 적은 것을 진리이고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다. 


믿음과 기도는 축복하고 싶다. 

다른 믿음과 기도에 폭력을 가하지 않는다면.




아일랜드인들이 동성애자 결혼 합법에 찬성한 것은

어린 남자 아이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가톨릭 신부들에 대한 반감의 표시라고도 했다. 


"Who's judging whom?"


지금 누가 누구에게 된다 안 된다를 말하느냐고. 

당신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고.





덧글

  • 2017/05/07 20:1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05/08 15:21 #

    ㅎㅎ 이가 나기 시작할 때 6개월이었나 8개월이었나 그때 즈음 물어뜯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정말 포기할 뻔 했는데 젖을 먹일 때 엄마가 집중하지 않아서(그랬죠. 일하고 있었으니까)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러기도 한다 그러고, 물었을 때 아파하는 반응이 재밌어서(!!) 그런다고도 해서 이후에 알아듣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물면 엄마가 아프고, 젖을 줄 수 없다고... 물면 떼어놓고 한참 안 주는 일을 했지요. 그랬더니 조금씩 알아듣더라고요... 지금도 가끔 물어요. 그럼 또 가르치고... ㅎㅎ 밤에는 졸려서인지 거의 그런 일이 없어요.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가슴 모양도 달라지고, 에너지도 빼앗기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아기와 교감하는 그 순간의 기분이 좋으니까, 정말 건강하게 자라주니까 계속 하게 되네요. ㅎㅎ 두 살까지 젖을 떼고 혼자 자게 하는 게 또(..) 목표에요.
  • 2017/05/08 11: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05/08 15:20 #

    과찬이세요. 감사합니다.
    음... 성평등을 포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요. 남편도 노력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여성에게 요구되고 기대되는 역할은 많은 것 같지요.

    힘 내세요! 멋져요!
  • 2017/08/19 14: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8/20 21:0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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