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올랑말랑해 살아요








지난 토요일에 우리 가족 사진을 찍었어. 

아일랜드에 오래 사신 것 같은 폴란드 사진사 아저씨가 오셨어.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코리안 할무이는 뭘 벌써 돌사진을 찍느냐 하셨지만 

여긴 또 봄이 되면 다들 바쁘다니까... 

결혼식이다 세례식이다 홀리 커뮤니언이다 해서 포토그래퍼들 바빠. 







너부터 아닌 나부터 꾸미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는 아침이었어. 

화장을 너무 급하게 했더니 아이라인이 1mm 모자라는 듯 했어.

마음에 드는 립스틱도 찾지 못했어. 






아저씨에게 자연스런 사진이 좋다고 했지만 

정작 자연스런 포즈는 취하지 못한 것 같았어. 

온통 카메라를 향해 웃는 표정 뿐일 거야. 



석 장이라도 마음에 드는 우리 가족 사진을 건지면 족해.







음... 아빠가 옷을 입혔더니 속옷을 제대로 못 갖춰줬구나...;;;

그래도 세 벌이나 갈아입혔는데 안 울고 협조해 줘서 고마워 우리 딸~






우리 아긴 옆모습이나 다른 표정도 예쁜데 

사진사 아저씨는 반드시 카메라를 쳐다보는 웃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시는 듯 했어. 



아저씨도 아이가 셋 있다 하셨어.







음... 여전히 긴 네 한복 소매, 급하게 맨 저고리 고름, 

너와 나 챙기느라 바빠 단장해 주지 못한 아빠의 얼굴이 

마음에 걸리지만 ㅎㅎㅎ 그래도 우리 나름대로 수고했다. 그치?








곧 엄마가 좋아하는 부활절 기간이야. 그냥 좋아. 

꽃이 피어나고 사람들 표정이 밝아지고 동네가 예뻐지는 기간이니까. 

여행하는 사람들의 걸음이 가벼운 시기니까. 



너 작년 부활절이 예정일이라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넌 내키는 날 맘대로 나왔지. 


...그것도 억지로 나왔지. ㅎㅎㅎ 

엄마 뱃속이 너무 편해 안 나오려고 했지?!








작년 집들이 때 단 이 장식을 아직도 안 떼었어. 

떼어내면 어쩐지 계단이 허전해 보일 것 같아서. 


...그래도 크리스마스 트리랑 장식은 내렸어.

청소하느라 죽을 뻔 했어.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계단이나 신발장을 빌라빌라콜라처럼 

칠해버리면 아빠가 너무 심하게 놀랄까?






유리창을 통과해 들어온 햇빛이야. 

세상의 보석은 마음 내키는 곳에 있어.








올해 네 친구를 데려오려면 울타리에 망을 쳐야한다고 했어. 

울타리 망을 사러갔다가 이런 묘목들도 데려왔어. 


아빠는 계획 없이 마음에 드는 걸 고르는 엄마를 걱정했지만 

너무 계획하고 살아봐야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니까. 



한국 할머니는 안 심어도 자라나는 들꽃이 좋대. 

엄마도 때론 잡초라고도 불리는 들꽃과 야생화가 좋아. 

그런데 엄마는 화려한 장미도 좋아. 

장미의 가시도 좋아. 



그런데 장미는 키우려면 손이 많이 가. 

뭐든지... 화려하려면 공이 많이 드는 것 같아.



올해는 성공할 수 있을까?







또 무계획적으로 고른 꽃씨들이야. 

여러 꽃들이 테이프에 또로록 붙어있는 신기한 게 있어서 두 봉지나 데려왔어. 

한 봉지에 4유로였어. 


한국 갔을 때 꽃씨, 채소씨를 사오려고 했는데 꽃가게를 찾는 것도,

씨앗이나 묘묙을 찾는 것도 은근히 어려워서 놀랐어.

모든 걸 인터넷으로 주문해야 하는 것 같았어.



여러 가지 꽃들이 마구 함께 피어나길 바라며, 

저 아이들은 역시 마음대로 자라난 덤불 사이 빈 자리에 심었어. 


보행기에서 착하게 기다려 주던 네가 한 시간이 지나자 힝 거리길래 

결국 업었어.







그래도 그게 어디야?

넌 정말 잘 기다려주는 아기라 기특해. 


참을성 있다고 내버려 두진 않을게. 

더 고마워하고 예뻐해 줄게.




 



......근데 네가 뭘 했다고 이렇게 밭일하고 온 사람처럼 흙이 묻었어? ㅎㅎㅎㅎ









아일랜드 할무이께서 제일 좋아하시는 나무는 목련이래. 

그래서 두 그루 샀어. 

뒷마당에 엄마가 심은 흰색이 섞인 아이는 할머니 이름을 붙이고

앞마당에 아빠가 심은 진분홍 목련은 에딘 나무라고 이름 붙였어. 




서리가 내린 아침이라 과연 정원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보란듯이 늘 그렇듯이 예측할 수 없이 맑아진 날이라 룰루랄라 심었어. 



그런데 오늘은 폭풍이 몰아치는 거야. 

비가 오래 내리고 바람도 밤새 세차게 불어서 걱정했어. 

이렇게 농부의 마음을 손톱만큼 이해하게 되었어. 


겨우 꽃씨 몇 개, 묘묙 몇 그루 심은 걸로 이렇게 걱정이 되니 

살아가는 수단의 성공이 날씨에 달린 그분들의 삶은 결코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지.



몸에 좋은 거 사먹고 싶은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니까 

그러려면 날씨가 화를 내지 않도록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겠다 생각해.








근데 에딘? 








이... 이가 간지러운 거야?












  

덧글

  • 윤윤 2017/02/07 06:39 #

    에딘이 밭일했나요 ㅋㅋㅋㅋ 아 이쁜 금색 꼬까신인데 ㅋㅋㅋㅋ
  • Jl나 2017/02/07 17:13 #

    ㅎㅎㅎ 사이즈도 찾기 애매해서 9개월까지 신는 신발인가를 억지로 구겨넣었는데 말이죠 ㅎㅎㅎ
  • 2017/02/07 10: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2/07 17: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2/07 10: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02/07 17:16 #

    반가워요~ ^^ 감사합니다. 2010년 봄인가 다른 나라 살다 아일랜드 잠시 왔을 때 잔디를 덮은 버터컵 보고 반해서 저렇게 만들었을 거예요. 봄에 잔디를 안 깎으면 사사사 솟아나는 아이들이에요. 야생이지요. (그래서 잡초라고 맨날 깎이지만... ㅠㅠ) 참 좋아하는 꽃이에요. 딸아이 봄에 나온다고 저 꽃 색만 한동안 입히고 그랬어요 ㅎㅎ
  • 탑새기 2017/02/07 10:43 #

    가족사진 기대해봅니다ㅋㅋㅋ 한복입은거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하네요ㅎㅎ
  • Jl나 2017/02/07 17:16 #

    저희도 기대되는데... 과연... 보면서 닭이 되어 날아가지 않아도 될지.. ㅎㅎㅎㅎㅎㅎ
  • 더카니지 2017/02/07 11:00 #

    지나님이랑 에딘이 한복 차림 너무 예쁘네요ㅎㅎ 모델이신가요? ㅎㅎ 방긋방긋 미소가 눈부심ㅎㅎ
    던서방은 순간 백색 생활한복 입은줄ㅎㅎ
  • Jl나 2017/02/07 17:18 #

    카니지님도 참 부끄럽게... 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이런 말 하니 더 죽겠ㅋㅋㅋㅋㅋ
    던서방 백색 생활한복 맞아욬ㅋ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라면 좀 더 좋아보이는 걸로 대여할텐데 여기서는 사려니까 좀 돈이 아까워서요... 평상복 같은 비싸지 않은 깔끔한 게 있을까 찾다 어쩔 수 없이... 여자 생활한복은 꽤 진화했는데 남자들 껀 여전히 황토방 분위기가 많아요... ㅠㅠㅠㅠ 갑자기 막 훨훨 탈춤 춰야할 것 같은 그런 거... ㅋㅋㅋㅋ
  • 아롱이 2017/02/07 17:24 #

    원래 돌 사진은 돌 주변에 찍어야지요~ 돌 엄마랑 아기랑 무사히 잘 보내세요~ ^^
  • Jl나 2017/02/07 17:37 #

    ㅎㅎㅎ 감사합니다. 에... 사실 에딘 핑계 대고 가족 사진 찍은 거예요 ㅎㅎ
    아기 사진은 지금도 앞으로도 제가 무한대(...)로 찍으니까요 ㅎㅎㅎ
  • 이지리트 2017/02/07 21:48 #

    어느새 돌이 되었군요!

    아빠랑 붕어빵이네요!

    한복차림 잘어울립니다.
  • Jl나 2017/02/07 22:25 #

    아... 실은 3월 말인데... 제가 좀 서두르긴 했죠 ㅎㅎㅎ 사진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니깐요. 고마워요 이지리트님~
  • 에피나르 2017/02/08 11:24 #

    테이블을 물고 있는 사진이 정말 귀여워요!!ㅎㅎㅎ

    가족사진 나오면 보고싶네요ㅎㅎ
  • Jl나 2017/02/08 16:00 #

    윗니가 내려오나 봐요. 더 웃기겠다.... ㅎㅎ
    잘 나온 것만 보여드리...(ㄹ까...) ㅍㅎㅎㅎ
  • 바다의별 2017/02/08 16:15 #

    아궁!!!!!!! 이뻐라!!!!!!
    너도 에딘이도 너무 이뻐.
    사진 보니 더 보고 싶네. 사는 게 뭔지 얼굴 한번 보기 이리 힘드니. 그지.
    공주님 한번 안아보고 싶네! 너도 참 안 늙는다!
  • Jl나 2017/02/08 16:19 #

    보고싶다 ㅎㅎ 근데 몇 신데 안 자고 이걸 달지??
  • 바다의별 2017/02/08 16:16 #

    그나저나 사진 완전 기대 됨!!
  • 2017/02/08 16:2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2/09 06:12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7/02/09 06:17 #

    고생했어. 병가란 말은 왜 이상하게 달콤하게 들리는지... 분명 안 좋은 일인데 말야.
    엄마 껌딱지 맞는데 언젠가 절로 떨어질테니 많이 안아주려고. 이제 10키로 될랑말랑하니 들고 뛰긴 버거워진다만.
  • 섬유린스 2017/02/16 01:28 #

    8ㅁ8 지나님은 글씨체도 예쁘신데 왜 꽃줄기체(?)마저 예쁜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봄 좋죠!(미세먼지 빼고...) 얼른 봄 와서 설레면 좋겠네요 *ㅁ* 여름은 좀 늦게 오고 빨리 가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
  • Jl나 2017/02/16 17:27 #

    미세먼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흙 ㅠㅠㅠㅠㅠ 봄이 아름다운 곳인데...

    제 글씨체를 기억하시다니 영광이에요. 근데 사실 대부분은 흘려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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