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친구 머리와 심장




루마니아 친구는 단 두 명 만나봤다. 

한 명은 룩셈부르크에서 마사지사로 일하는 친구였고, 

한 명은 친구의 연인이다. 


잘 사는 유럽 국가이니 비교적 깨끗하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분명한 나라이리라 생각했던 것이

그녀의 말에 흔들렸다. 


룩셈부르크에서 사는 게 어떻냐는 내 질문에 

"괜찮긴 한데... 돈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Souless 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

라 하였고, 


일은 어떤지, 남자 손님이 편한지 여자 손님이 편한지를 묻는 내 질문에  

"...여자... 결혼을 했건 안 했건 애인이 있건 없건 나에게 마사지 이상을 요구한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라 하였다.


"영혼이 없다"라고 옮기면 농담처럼 들리게 되어버렸다. 

코메디에 사용되는 표현이 되어버렸다. 




두 번째로 만난 루마니아 친구는 남편이 딸의 기저귀를 가는 모습을 정말 놀라워 했다. 

루마니아 남자에겐 아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전히 식탁을 두드리며 밥 내놔를 소리치고, 가정 폭력도 흔히 일어난다 했다. 

성비의 불균형(무슨 이유에선지 여성이 두 배는 많다고)은 루마니아 여자들을 

나쁜 남자에게까지 몸을 던지게도 한다 했다. 



한국 하면 "강남 스타일"과 엄마가 즐겨보는 "사극" 정도밖에 모른다고 미안해 하는 그녀에게 

나도 루마니아 하면 "드라큘라"와 "집시" 정도밖에 모른다며 미안해 했다. 



집시의 존재는 루마니아인들에게도 달가운 존재가 아닌 듯 했다. 

서유럽 사람들은 집시만 보면 루마니아에서 왔다고 하는데 

루마니아 사람들은 그들을 다른 사람들로 인식했다. 

언어도 출신도 다른 사람들이라 했다. 

옆집에 집시가 이사 오면 그 옆집들의 집값도 폭락한다 했다. 



루마니아 여성들에게 열린 직장은 거의 18세에서 25세를 위한 것이라 했다. 

25살만 넘으면 늙은 여자 취급을 받는다 하였다. 



그래서 고향을 떠나왔다 했다. 

나이와 성별이 문제가 덜 되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루마니아는 유럽연합에 속한다. 그런데 그 나라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EU, 유럽연합 국가의 이미지와는 아주 거리가 먼 이미지였다. 

"그랬었다"가 아닌 "지금도 그렇다"의 이야기였다.



역시 유럽연합에 비교적 늦게 들어온 폴란드인의 말도 기억난다. 

"동성애자 결혼 합법" 여부를 두고 아일랜드가 들썩일 무렵이었다.  

유럽에선 비교적 보수적이라 생각되는 아일랜드이나 인간 평등을 위해 

찬성을 외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고, 결국 합법화되었다. 


그 시기에 시누의 지인인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폴란드 친구가 커밍아웃을 했다. 

평소의 분위기와 행동으로 이미 게이임을 짐작하고 있었던 터라 

주변인들은 그의 고백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란다. 

"나... 사실은 게이야. 그래도 나와 친구로 남아줄래?"


이 말을 들은 아일랜드 친구들은 모두 깜짝 놀라 

아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나며, 당연히 친구지 했단다. 


그런데 그의 고향에선 그게 당연한 게 아니라 했다. 

커밍아웃을 하면 미움 받는 경우가 흔하다 했다. 





그녀들을 통해 일부 부자들이 

돈 없는 사람들을 얼마나 함부로 대하는지에 대해 들었다. 

그래서 쉽게 부자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 


하지만 일부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 

그들이 일하지 않고도 받는 돈의 액수를 알게 되고, 

이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모습도 본다. 


시리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고향집을 비우고 떠난 이들의 집에 

난민들을 넣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으나 황당한 것이었고, 

정부에게 내 집을 빼앗기느니 불 태우고 말겠다는 이들의 말은

역시 이해할만하나 과격했다.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존경한다. 

왜냐하면 옳은 일을 하는 것이 때론, 

아니 자주 경제적인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생명력과도 연결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위해 양보하는 모습은 존경스럽다. 



하지만 이미 같은 그룹에 들어와 있는 국가들의 사고에도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옳은 일을 한 국가들이 힘들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착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은 무능한가?

경제 살리기는 편법과 거짓 없이는 불가능한 것일까?







덧글

  • 고냉이래요 2016/10/26 05:00 # 답글

    맞아요 루마니아 발칸반도 이쪽 성비 불균형이 너무 심해서 여자들이 정말 자기보다 못한 남자(이렇게 비교하면 안되는건데... 겉으로 보이는 외모 및 학벌, 직장등 스펙으로 따지면) 랑 '결혼' 하기 위한 결혼 하는 경우가 넘 많은 듯 해요. 스물다섯 넘으면 노처녀 취급받는 문화도 한국이랑 비교해도 장난 아니고.... 마초 문화에....흑...ㅠ_ㅠ
  • Jl나 2016/10/26 05:05 #

    그러니까 perspective가 얼마나 중요한가가 점점 더 크게 느껴져.
    한국에 있을 땐 우리나라가 엄청나게 무지하게 문제가 많다고 느꼈잖니... (물론 그렇긴 하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리 형편없지 않구나가 보인달까...

    루마니아 친구의 정확한 표현을 쓰자면 "감옥 갔다 온 남자조차 인기가 많다" 하더라...
    헐... 슬프지 않은가. 결혼이 그렇게 절실한가.
  • 고냉이래요 2016/10/27 00:48 #

    이상하게 동유럽/러시아쪽 (= 슬라브문화에 뿌리를 둔 나라들) 이 보면 이상하게 비혼 여성들을 혼인을 안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실패자라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문화가 굉장히 크더라구요.
    뭐랄까 결혼"도" 못하는 주제...라는식의 조롱이 일상시 되는....? 성비 차이가 크다보니 결혼=경쟁. 결혼 못한 사람=경쟁에 뒤쳐진 사람 이라고 인식이 되는걸까요? 아님 러시아 정교의 영향이 커서 보수적인 시각이 남아있어서 그런걸까요?
    old and successful unmarried (single) women에 대한 러시아 조크 보면 와..이건 진심 조크 수준이 아니라 진짜 인격 살인? 수준같거든요. 최소한 제 상식수준에서는 말이죠.
    웃긴건 old and successful single men 은 성공한 베첼러라고 사회적인 인식이 되어있구요. 실제 이쪽 지역들은 남자가 나이가 아무리 많고 배나오고 못생겨도 결혼하기 참 쉽긴 하더라구요 쩝;;;
  • Jl나 2016/10/27 03:05 #

    너에게서 들으니 확 와닿는구나...
  • 제트 리 2016/10/26 12:08 # 답글

    루마니아 같은 경우는 차우셰스쿠의 병폐가 많이 남은 국가 일 겁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EU는 절호의 기회 구요...... 저도 루마니아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지만 ㅠㅠ 한낱 재키 첸 냄새 나는 전 ㅠㅠ... 보고 있으면 올바른 가치관 이라는 게 사라지는 거 같습니다... 자기가 올바르게 느끼는 가치관을 실천 할 수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ㅠㅠ
  • Jl나 2016/10/26 17:12 #

    그렇네요. 저희부터 올바르게 사는 게 가장 보탬이 되겠지요...
  • 설봉 2016/10/27 18:52 # 답글

    공산주의 몰락 이후에 새로 가입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이란 건... 국가의 질에서 볼 때 가입 자체가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되는 건 맞지만 '그 이후'를 보는 측면이 더 강합니다. 공산주의라는 확고한 체제가 하루 아침에 무너진 다음 길을 잃은 국가들이 극심한 체제 전환기의 혼란을 겪었을 때 - 그리고 사실 지금도 겪고있죠 - 말하자면 하나의 '이정표'가 되는 셈이지요. 소위 서구식 가치로 불리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등... 이걸 위해 유럽연합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 묶어서 여러 가지 혜택이라든지(통합된 시장, 노동력의 이주, 직접적인 재정 지원 등등) 제한을 두어 발전을 돕고 있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루마니아 같은 나라는 기존에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잘 사는 유럽or유럽연합'을 따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폴란드의 수구화라든지 전반적인 경제성장 둔화라든지 이런 문제들을 보면 꼭 잘 되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만.
  • Jl나 2016/10/27 19:29 #

    기본적으로는 부족해도 포용하고 긍정적으로 변화를 주고자 하는 노력은 높게 삽니다.
    변화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니까... (그래야 또 부작용도 덜하겠죠) 자주 성급한 현대인인 우리가 기대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겠죠.

    희망을 갖고 기다려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성실한 사람들이 이용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 2016/10/28 02:01 # 답글

    같은 동유럽이라도 체코와 루마니아의 차이는 아주 크네요.
    물론 체코 사람들은 체코가 동유럽이라고 하는 걸 아주 듣기 싫어하지만요;;;
    자기들은 중부 유럽이랍니다. ㅎㅎ
    어쨌든 체코도 유럽연합에 가입되면서 혜택을 받았으면 받았지 잃은 건 없을 거예요.

    지나님 글을 읽다보면, 그냥 지나쳤던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 같아 늘 감사합니다.
  • Jl나 2016/10/28 02:38 #

    저도 체코는 좀 다른 느낌이긴 해요 ㅎㅎ 미디어나 책에서 읽는 것에선 현재, 현실의 느낌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러니 이렇게 소수의 친구들이라도 만나며 조금씩 알아가는 게 재밌네요.

    기회 닿을 때마다 체코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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