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심다 살아요






별아, 아빠가 몇 주 전엔가 한 달 전엔가 화분에 무언가를 막 심었어. 

그랬더니 이렇게 막 자라고 있어.


아빠 말로는 아빠는 채소랑 잔디 담당이고 

엄마는 꽃이랑 잡초 담당이래. 


...몰라. 아빠 맘대로 그렇게 정했는데 별 불만은 없어. 

잔디 깎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닌 듯 해. 


엄마 눈엔 딱 보기 좋은데 아빠는 잔디 깎아야 한다며 초조해 해. 

조금만 길게 자라도 깎기가 너무 힘들다나. 비가 오면 못 깎는다나. 

아일랜드는 며칠만 방치해도 앗! 하며 너무 길게 자라 있다나... 


여하튼 여름엔 당연히 매주 깎아야 한대. 

...보통 일이 아니야. 






아빠가 정체 불명의 채소씨를 심은 다음날 

엄마도 유나 이모가 주신 깻잎씨를 심었어. 


그랬더니 놀랍게도 이렇게 자라는 거야. 

추워져서 자라겠어 싶었는데 남쪽을 향하게 해서 그런가 

실내에선 자라네? 


엄마는 깻잎이 어릴 땐 이런 모양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어. 






그리고 한 달이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우와~~

이것 좀 봐!!

곧 따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삼겹살 파리~~~~~~~~






지난 금요일엔가 드디어 다시 그림을 그렸어. 

우리 아기가 만지거나 밀면 큰일나니까 재료 복잡한 건 다 포기하고 그냥 크레용으로 그렸어.


근데 그리고 보니 또 너다. ㅋㅋㅋㅋ

저 뽈때기가 포인트야. ㅋㅋㅋㅋ






토요일엔 마가렛 할머니와 할머니께서 오셨어. 

마가렛 할머니는 굉장히 오랜만에 뵈었어. 


엄마가 6년 전 아일랜드로 돌아왔을 때 인터넷 때문에 일하기 힘들었는데

마당 문을 열어주시며 인터넷을 빌려주셨어. 


눈이 온 날 아빠가 뜨거운 물을 부어 자동차 창을 닦고, 

랩탑을 든 엄마와 함께 마가렛 할머니 댁으로 향하던 때가 생각 나. ㅎㅎ


두 분 모두 건강하셔서 참 다행이야.






일요일엔 엄만 태어나 처음으로 정원 가꾸기를 해 봤어. 

꽃을 심자 했지. 


독일 수퍼에 이렇게 색깔별로 꽃을 팔더구나. 신기했어. 

분홍색 히야신스 씨앗 두 개, 아네모네씨 13개, 튤립씨 7개, 수선화씨 3개가 든 상자 하나랑 

흰색과 노랑이 섞인 수선화랑 노란 수선화 한 주머니씩을 샀어.

얼핏 양파랑 비슷하게 생겼어. ㅎㅎㅎ


여기선 Daffodil이라 하니까 그런가 보다 했는데 

네덜란드랑 독일이랑 그런 나라에 가면 Narcissus라는 거야. 


그제서야 엄마는 신화에 나오는 그 "나르시시스"가 

이 꽃이 된 것이구나 하며 아~~~~ 했어.


참 예쁜 꽃이야. 엄마에겐 이곳의 봄을 상징하는 꽃이라서 

우리 별빛 태어날 때 이 꽃이랑 참 잘 어울린다 생각했고, 노란 옷을 많이 입혔어. 

봄에 온 너니까.



한국에선 노랑은 병아리색이라며 

유치원 아이들이 많이 입던 색이기도 했어.

유채꽃과 개나리가 생각나기도 해.  





덕분에 아빠는 이렇게 열심히 삽질(..)을 했어야 했고 ㅋㅋㅋ


그냥 막 심으면 안 된대. 

있는 잔디를 파내고, 씨앗별로 알맞은 깊이와 너비를 가늠하고,

비료가 든 흙을 붓고, 그 위에 다시 파낸 흙을 덮어주고 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어. 



...엄마빠 허리 나갈 뻔 했음.






넌 이렇게 우릴 지켜보고 있었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추운지 칭얼거리길래... 






이렇게 만들어버렸지. ㅋㅋㅋ


원래 앞으로 안는 캥거루 후디인데 ㅋㅋㅋ 

(날씨가 쌀랑해져서 다시 꺼냈는데 엄마들에게 인기 만점 ㅋㅋ

"아니 거기 아기가 들었어요?!!! 난 그런 옷 처음 봤네..." 해 ㅋㅋㅋㅋ )


한국산 아기띠로 널 뒤로 업고, 독일산 후드티를 거꾸로 뒤집어 씌우는 

희안한 일을 하고 있다 ㅋㅋㅋㅋㅋ 근데 편리하네. 


널 이렇게 업고 마당에 쭈그려 앉아 끊임없이 삽질... 아니 호미질인가...

를 하고 있으려니 새삼 조상님들의 지혜가 생각났어. ㅋㅋㅋㅋ



아니 옛날 엄마들은 그래서 이렇게 

애를 업고 밭으로 나갔구나... 하며 말이지 ㅋㅋㅋ

따뜻하니 잘 자더라 너?



근데 나중엔 엄마 허리가 나갈 것 같아서 아빠한테 업으라 했어. 

아빠는 널 업고 열심히 삽질을 하셨어. ㅋㅋㅋㅋ

 




여전히 넌 이렇게 반은 입으로 먹고 반은 얼굴에 바르는 일을 하고 있어.

시험 삼아 먹던(...) 사과를 물려봤더니 갑자기 공격하듯 쪽쪽 빨길래 

깜짝 놀라 갈아먹였어 ㅎㅎㅎㅎㅎ 



신맛이 나서 안 좋아할 줄 알았더니 그런대로 잘 먹네 그려. 










멜론은 더 좋아하네 그려... 








엄마 새 폰의 바탕화면으로 오늘의 일기를 마친다. 






- 끝 - 




 


덧글

  • 아이리스 2016/09/26 18:47 # 답글

    어쩜 이렇게 무럭무럭 예쁘게 자라는지요....! 벌써 6개월이군요 ㅎㅎ 엄마와 딸의 빨간 후드티가 넘나 귀여워요 :)
  • Jl나 2016/09/26 20:10 #

    그러게요 아이리스님... 내가 언제 아이가 없었나 벌써 까마득해요. ㅎㅎ
    잘 크는데 언제 18세가 되나 싶은데... 부모들은 순식간에 자란다는 거짓말을... 계속... ㅎㅎㅎ
  • googler 2016/09/26 18:54 # 답글

    마지막 사진 너무 이뿌네요~~
    그나저나 거기 온도가 현재 몇 도인데 깻잎이 저렇게 잘 자라나요?~~ 한여름 뜨거울 때 아니면 깻잎 자라나기가 쉬운 게 아니에요, 북유럽에선~~
  • Jl나 2016/09/26 20:11 #

    ㅎㅎㅎ 그쵸
    썬룸을 빨래건조실;;; 내지는 비닐하우스;;;처럼 쓰는 낭비를 하고 있으니 가능한가 봐요. ㅎㅎㅎ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공간이라 가능한가 봅니다. 네, 여기도 벌써 쌀랑하고 으스스 시작이네요.
    해 짧아지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 santalinus 2016/09/26 20:01 # 답글

    아기 얼굴에 아빠 좋아하는 표정이 담뿍 담겨 있네요~~^^
  • Jl나 2016/09/26 20:12 #

    아빠가 한 10배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요 ^^
    건강 잘 챙기세요. 화이팅!!
  • 2016/09/26 22: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9/26 22: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Porcupine 2016/09/26 22:51 # 답글

    에딘이는 과일을 좋아하나봐요 멜론도 잘먹고 사과도 잘먹고ㅎㅎ
    이번 포스팅엔 가족애가 한가득 느껴져서, 읽다보니 훈훈해집니다 ^^
  • Jl나 2016/09/26 22:55 #

    네 가급적 성질 부리지 않는 쪽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 ㅋㅋㅋ
  • 이지리트 2016/09/27 00:39 # 답글

    막짤 너무 좋네요~
  • Jl나 2016/09/27 00:58 #

    귀엽죠~
  • 2016/09/28 06:1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9/28 15: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아이 2016/09/28 09:00 # 답글

    아.. 에딘이는 점점 갈수록 예뻐지는 것 같아요!
    훈훈하고 귀엽고 막막 ㅜㄱ ㅜ
    포스팅 읽는데 힐링 되는 기분이예요..
  • Jl나 2016/09/28 15:26 #

    즈엉말요? 그럴 리가... 며칠 사이에 그렇게 변할리가...
    ㅎㅎㅎ 감사해요~ ^^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