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그레고리의 집, 예이츠의 쉼터 과거가 괴로운 것이냐 하면







입구를 보자 기억났어. 

6년 전,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던 어느 할머니의 모습이...
 

바닥에 흩어진 나뭇잎들을 매우 진귀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기뻐하시며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사진을 찍으셨어.


작은 카메라로 흔들리는 손을 잡으며 

매우 천천히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닥을 바라보셨어. 






이곳은 "예이츠의 공원"이라고 더 많이 알려진 

"레이디 그레고리의 집"이야. 


Coole Park라고 해.







손글씨를 어떻게 돌에 옮겼을까?

세상엔 신기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 






6년 전 시월이나 십일월이었을 거야. 

엄마, 아빠는 그때 런던에서 돌아온 직후였고, 

많이 불안하고 조급해 했지. 


아빠 나라를 엄마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책을 만들어 볼까 하며 이곳을 찾은 거였어. 



6년이 흐른 지금은... ㅎㅎ 

많이들 알고 있는 것 같아. 





너랑 이곳에, 그때와 같은 자리에 다시 오게 될 줄 몰랐어. ㅎㅎ





예이츠 아저씨는 이곳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주 많은 글을 쓰셨대.







엄마의 중학교 국어 선생님은 아주 낭만적인 분이셨어. 

영미 시를 아주 사랑하시는 듯 했어.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라는 시구를 노래하듯 여러 번 읊으셨는데 

그 모습에 우리는 키득거렸어. 



엄마 귀엔 다른 나라의 시라는 게 이상하게 들렸어. 

운율은 그들의 것일 것이고, 말장난도 그들의 것일 거였어.

그걸 우리말로 옮긴 소리들은 이상했어.

사전에 나오는 말이긴 하나 

사람들이 말로 뱉는 말은 아니었으니까.



엄마가 기억하는 영미시 구절은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뿐이야.






엄마는 그땐 몰랐지만 

지금 그 이상한 일을 하고 있어. 


가끔은 

'이런 걸 옮기면 내 수명이 줄어들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ㅎㅎ


이해 받길 바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세상이니까

나도 처음 백지를 채운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 이해하는 걸 돕기 위해 

노력 중이야. 












그대여, 너무 오래 사랑하지는 마시게 

내가... 오래 오래 사랑한 적이 있지


그랬더니 철이 지나버린 것이 되었어

마치 지나간 노래처럼


W.B. Yeats







덧글

  • 더카니지 2016/09/13 17:03 # 답글

    예이츠의 공원...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네요. 저도 언젠가 가보고 싶어요!
    저는 예이츠의 시 중에 '재림'을 제일 좋아해요~ 너무나 인상깊었고 장엄한 이미지가 시 전체 서려있었죠.
    아, T.S. 엘리엇의 텅 빈 사람들도 좋아해요. 특히 마지막 부분은 묘하게 마음을 울리면서 알수없는 씁쓸한 감각과 함께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어요~

    이것은 세상이 끝나는 길이다.
    이것은 세상이 끝나는 길이다.
    이것은 세상이 끝나는 길이다.
    쾅 하는 소리 없이 흐느끼면서.
  • Jl나 2016/09/13 17:07 #

    와... 좋네요. 고마워요 소개해 주셔서 ^^
    글, 글자수까지 맞춰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은 대단한 것 같아요.

    대중들에게 너그럽게 열린 공간이에요. (무료 입장)
    아일랜드 오시면 꼭 가 보세요. 저도 차 대접하리다.
  • Jl나 2016/09/13 17:18 #

    The Second Coming

    Turning and turning in the widening gyre
    The falcon cannot hear the falconer;
    Things fall apart; the centre cannot hold;
    mere anarchy is loosed upon the world,
    The blood-dimmed tide is loosed, and everywhere
    The ceremony of innocence is drowned;
    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
    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
    Surely some revelation is at hand;
    Surely the Second Coming is at hand.
    The Second Coming! Hardly are those words out
    When a vast image out of Spiritus Mundi
    Troubles my sight: somewhere in sands of the desert
    A shape with lion body and the head of a man,
    A gaze blank and pitiless as the sun,
    Is moving its slow thighs, while all about it
    Reel shadows of the indignant desert birds.
    The darkness drops again; but now I know
    That twenty centuries of stony sleep
    Were vexed to nightmare by a rocking cradle,
    And what rough beast, its hour come round at last,
    Slouches towards Bethlehem to be born?
  • 아이리스 2016/09/13 17:24 # 답글

    아...어쩜...사진으로 봐도 이렇게 좋은데 덧글을 통해 시를 읽게 되니 더 좋네요. 아일랜드...논문 끝내고 꼭 가봐야겠어요.
  • Jl나 2016/09/13 17:28 #

    두 팔 벌려...

    내 재워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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