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사람은 죄 짓고 살면 안 된다 살아요





이사한지 아니, 새 집에 우리 모습을 보인지 두 달이 넘어갈랑말랑 하는데 

이웃집에 인사를 안 해서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어색하다는 이유로, 뭘 잘 모른다는 이유로 넘기고 시간이 자꾸만 가면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 어쩐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시루떡도 없는데 왼쪽 집과 오른쪽 집에 인사를 갔다. 


왼쪽 집엔 농부인 듯한 할아저씨(할아버지라 하기에도 아저씨라 하기에도 애매한 연배)와 

할주머니, 그의 딸, 두 마리의 강아지가 살았다. 

여인 둘의 이름은 듣고 외웠고, 할아저씨와 얘기하는 내내 왈왈거려 에딘을 4초간 울게 한

강아지들 이름은 듣지 못했다. 

"아 한국에서 왔어요? 난 중국 사람인가 했지..." 

하다가 "아니 난 필리핀 사람인 줄 알았어"

를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셔서 ㅋㅋㅋ 했다. 

여전히 인도 코끼리 옷을 입고 다니면 그게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줄 아니까 뭐 ㅋㅋㅋㅋ 

발음하기 어려운 아일랜드 이름을 가진 딸은 내 딸이 예쁘다고 난리였다. 

세 사람 얼굴이 다 닮아서 또 ㅋㅋㅋ 했다. 

마침 아네카가 구워다 준 독일 마블 케이크가 있어서 다섯 조각 잘라갔다. 

내가 만든 것처럼 굴기엔 양심에 찔려서 

"제가 베이커는 아니라서요..."

하는데 "아 나도 아니야" 하며 ㅎㅎㅎ 웃으시는 아주머니가 정겨웠다. 

"Sis-in-law가 독일인이라서 구워다 준 독일 케이크예요" 

하며 드렸더니 정말 고맙다고 하셨다. 

남편의 남동생의 파트너는 국어로 뭐라 하는지 모르겠는 건 비밀인데 

검색해 보기 귀찮고, 검색해 봐야 어색한 호칭이 나올 게 뻔하다. 

모두가 친구 같은 여기식 호칭, 본인의 이름이 가장 좋다.

누구의 누구, 누구와 누구는 이런 사이를 드러낼 필요 없이 "나"이기만 하면 되니까.




오른쪽 집에는 케이크를 여섯 조각 가져갔다. 

담장 너머로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남자 아이 둘은 있는 집 같아서였다. 

이제 슈퍼에서 장을 보고 돌아왔다는 아이 엄마는 날 반갑게 맞이하며 거실로 들어오라 했고, 

케이크만 건네고 잠시 얘기하다 도망치려던 나는 네? 네? 네... 하며 미안하게 침범했다. 

갑자기 불쑥 들어갔는데도 집안이 반짝반짝 깨끗해서 감탄했다. 

난 갑자기 손님이 오면 빛의 속도로 치워야 할 물건들이 분명히 있을텐데... 

역시 어린 아들 둘이 있는 집이었고 이제 학교를 가고 이제 학교를 갈랑말랑한 나잇대의 

사내 아이들은 부끄러운 듯 낯선 듯 내게 인사했다.

다행히도 세 사람의 이름은 모두 외웠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 오!! 하며 자기들도 한국에서 살았다 했다. 

아일랜드에 언제 왔냐 해서 또 대답을 간단하게 하지 못하고 7년 전에 오긴 왔는데 

여기 저기 살다 왔다고 말하니 오!! 자기들도 여기저기(한국, 중국) 살다가 

애 낳고 정착하잔 생각에 고향에 돌아와 집을 샀다 하여 오............ 찌찌뽕 했다. 

남편은 이름이 알려진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얼마 전 통역을 간 곳이었고, 

지금 옮기고 있는 파일과도 관련이 있었다. 

한국에선 영어를 가르쳤고 이제 막내가 학교 가면 파트 타임으로 일에 복귀할까 한다는 

그녀의 업종은 역시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던서방의 현재의 것과 같았다. 


갑자기 이 나라의 좁음과 세상 좁음의 실감이 밀려와 잠시 두려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우 느낌이 다른 두 집이었지만 두 집 모두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것 같아 기뻤다. 






...냉장고에 식재료가 없으면 이렇게 이상한 조합이 나온다.

그들이 오기 전 장을 보기 위해 30분을 달려 주차를 하는데 지갑이 없는 나이트매어를 경험하였다.

......


사랑니 빼서 아무것도 못 먹는 줄 알았던 카할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내가 못 먹는 게 어딨나, 

점심 안 먹었다 해서 나를 흠칫하게 하였다. 

불쌍하게도... 한 시간 넘게 차 타고 온 이들에게 대접한 것이 급조한 

못생긴 계란말이와 그들이 구워온 마블 케이크라니 ㅎㅎㅎㅎ 

미안해. 다음엔 밥 줄게;;;;

 








오늘은 에딘의 두 번째 백신 접종 날. 






정말 싫어!!!!!!!!!!! 



  



덧글

  • 함모닝 2016/08/03 16:06 # 삭제

    아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
  • Jl나 2016/08/03 16:09 #

    함모닝~ 인간의 실제 삶은 말이야... 드라마가 아니라 참말 다행이야.
    드라마를 보라. 갑자기 주요 인물이 사라진다.
  • 고냉이래요 2016/08/04 04:07 #

    주차를 했는데 지갑이 없다니!!!! 이것은 분명 재난입니다 ㅠㅠㅠㅠ
    저희 다음나라가 결정되었습니다. 이번엔 미얀마예요.
    7년전 배낭여행으로 갔을때 순박하고 정겨운 사람들이 많아 다녀본 나라 중 굉장히 좋은 곳으로 남은 곳 중 하난데 요즘 개발 붐이 불면서 도시도, 사람들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하더군요. 뭐...우리도 그때의 커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하는 가족으로, 배낭여행자가 아닌 엑스팻으로 이동하는만큼 행동반경도 만나는 사람도 많이 다를거라 예상은 하지만 그래도 미얀마는 조금 더 천천히 변해줬으면...
    아시아로 돌아가고 싶다 노래를 불렀었는데 그 바램이 이루어진것 같아 좋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가기에 걱정과 두려움도 있고 그렇습니다 헤헤헤헤

    아놔 이노무 역마살 -_-/
  • Jl나 2016/08/04 16:40 #

    우왕... 재밌겠다!!! 대륙이 바뀌면 많은 기분 전환이 되겠어.
    근데 이사라는 것 자체가 몸이 많이 피곤하고 적응에도 스트레스가 많으니 고생이겠다.
    유진이도 그렇고... (그래도 아기일 때 뭣도 모를 때 다녀서 좀 나으려나 ㅎㅎ)

    축하하고~ 우리 좀 언제 어딘가에서 만나자. ㅎㅎㅎ
    형부가 안부를 전해달라 하였음.
  • 2016/08/04 13: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6/08/04 16:42 #

    ㅎㅎㅎ 그러니까 아무도 안 본다 생각하고 막 행동하면 큰일나겠다 싶다니까요 ㅎㅎㅎ
    한국 작다 좁다지만 사실 인구 보면 그리 안 작고... 세상 넓다지만 행동반경이 정해져서인지
    아님 이너넷 때문인지 세 사람만 건너면 아는 사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 zita 2016/08/04 16:11 #

    시동생의 와이프를 한국에선....동서..?라고 하나요?
    이건 저도 시집을 안가서 모르는 문제.....ㅋㅋㅋㅋㅋㅋ

    계란말이와 쿠키가 함께있는건...참 신선해요
  • Jl나 2016/08/04 16:44 #

    동서 맞는 것 같긴 했는데 틀릴까 봐 안 찾아봤어요(?!?)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말도 안 되는 조합이죸ㅋㅋㅋㅋ 원래는 작게 티파티하려고 ㅋㅋㅋㅋㅋ 예쁜 달달이 사오려 했는데... ㅎㅎㅎㅎ 혀로 녹여 먹을 수 있는 것들로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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