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곡집 머리와 심장







결국 해외배송이 안 되는 물건들은 또 엄마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또 내 말을 듣지 않고 다른 것들(과자와 옷과 신발과 반찬 등)을 보냈다. 

엄마, 그럼 내가 엄마에게 생일 선물을 한 것이 무의미해지잖아...



갓난아기를 위한 한글로 쓰인 책이 무엇이 있으랴 싶었다. 

동화책을 읽어준다 해서 그것이 이해할까 싶었다. 


반드시 한국에서 구해야 하는 어린이책이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보고 가져와야 할 것 같았다. 

한글로 옮겨진 서양 동화책을 읽어주는 건 어색할 것 같았다. 

전래동화집을 가져오고 싶다 생각한다. 


한동안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그것을 위해 

노래라도 들려줘야지 싶어 어린이 동요 반주집, 피아노책들만 주문했다. 




너무 많은 이사와 전학으로 피아노 학원을 옮기고 또 옮겨 

그러잖아도 잘하지 못하는 것이라 속상했던 피아노... 

체르니 30번도 끝내지 못한 내 실력은 

동요만 신나게 칠 수 있는 것이었다. 



근데 그 실력으로도 선생님보다는 나은지 

풍금을 칠 기회가 주어졌고, 

난 음악 시간에 늘 특별한 기분을 느꼈다.



피아노를 전공할 것도 아니었는데, 

그럴 줄 알았음 재즈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 할 걸 그랬다 싶었다. 

전공이나 재능에는 관심이 없으니 어려운 클래식 곡 말고 

비교적 쉽고 더 재밌는 재즈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하던 

친구의 뒷모습이 아주 신나보였던 기억이 난다.


엄마에게 "나도 재즈 피아노 하고 싶어" 하니까 

"그게 뭔데?" 하고 그냥 지나갔던 것 같다. 

아님 또 이사를 했거나... 






어린이 피아노책을 보다가 너무 반가운 표지를 발견해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기억도 안 나면서 

그냥 주문 버튼을 누른 책이 있었다. 






피아노 소곡집... 



그냥... 별 이유 없이 저 표지를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어딘지, 누구들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멋져보였다. 

한국이 아니라는 것만 알았다. 




1980년대에 작은 손가락으로 어설프게 피아노를 배우던 시절 사용한 책이 

2016년에도 똑같은 표지로 나온다는 것이 정말 반가웠다. 



지금 다시 펼쳐보니 주옥 같은 곡들이 많다. 

유명한 사람들이 만든 건지도 모르고 

그냥 시키는 대로 뚱땅거렸던 곡들도 많이 보인다. 




 


초등학교, 아니지 당시 국민학교를 다섯 번이나 옮겼으니 

피아노 학원도 다섯 번은 옮긴 것 같다. 



그 다섯 명의 선생님 중 기억에 남는 분은 두 분인데 

그 중 한 분 덕에 난 부활절을 동경하게 되었다. 



난 피아노를 치는 것보다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정원에서 딸기를 따먹고, 계란에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그리운 분이다.  







덧글

  • tore 2016/02/27 01:49 # 답글

    와, 저 피아노 소곡집 저희집에도 있는데(지금은 어느 구석에서 쿨쿨 자고 있음!), 저도 저 표지가 참으로 좋았어요.
    왜 좋은지도 모르고 정작 책에 있는 노래들은 하나도 기억 안 나지만 저 표지만큼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네요.
    ...체르니 30번이나 연습해볼까요. 저도 거기에서 그만뒀는데. 대체 100은 어떻게 끝낸거지!
  • Jl나 2016/02/27 05:59 #

    진짜 향수를 일으키는 표지 아님까?
    그러게요... 대체 100번은 어떻게 끝냈을까요 ㅎㅎㅎ 한 곡도 기억이 안 나는데... ㅎㅎㅎ
  • 션이다 2016/02/29 22:30 # 답글

    좋은 선생님이네. 나도 그런 선생님 있었으면 ㅎ
  • Jl나 2016/03/01 03:52 #

    근데 얼굴이 전혀 기억 안 나... ㅠㅠ 그냥 좀 통통하고 따뜻하셨던 기억만 나.
  • 2016/03/01 04: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6/03/01 04:31 #

    우왕... 감사합니다. ^^
    가제수건 찬미하시는 분들 많네요 ㅎㅎㅎ 엄마가 천기저귀를 보내며
    "니가 쓸 리가 없다는 건 안다만 가제수건 대용으로 써라" 라고 하셨어요 ㅎㅎㅎ
    여기도 슬슬 나오는 것 같고 그래요.

    한국 잘 다녀오세요~
  • 2016/03/01 10: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Jl나 2016/03/02 21:29 #

    감사합니다. 남겨주신 덧글들 찾아보며 필요할 때마다 구해야겠어요. ^^
  • 미남 2016/03/03 22:25 # 답글

    아.. 저 피아노 소곡집... 옛날기억이.. ㅋㅋ
    누나가 보고 제가 보고 동생까지 보고나서 책이 한장한장 다 떨어져 너덜거렸는데..

    (그런데 난 왜 지금은 피아노를 못치는거지.. -_-;;;)

  • Jl나 2016/03/04 02:10 #

    갑자기 건반 봐도 고양이춤은 칠 수 있으실 거예요.
    악보 안 보고 배운 유일한 곡 ㅍㅎㅎ
  • 미남 2016/03/04 16:24 #

    왠지 기억나는듯 ...

    까만 건반을 엄청 많이 눌러야했던.. 그....
  • Jl나 2016/03/04 16:27 #

    피아노 몇 달 먼저 배운 언니라면 반드시 가르쳐 주던 그... ㅋㅋㅋ
  • 호호 2016/03/04 15:59 # 답글

    마음속에 남는 선생님이 꼭 있는것 같아요. 진짜 선생님.
    난 이사를 한번도 안갔는데 피아노 학원을 1년밖에 안다녔다능..
    대회에 나가볼까? 한마디에 줄행랑 ㅋㅋㅋㅋㅋ
  • Jl나 2016/03/04 16:18 #

    대회 준비하고 그러는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해요 그쵸?
    우린 여자애들 피아노 대회 참 많이도 내보냈어요...
    여긴 음악을 좋아해도 어릴 때 악기 필수 이렇지는 않은데 말이죠 ㅎㅎ
  • 바다의별 2016/03/05 03:51 # 답글

    으하하 피아노 소곡집 ㅎㅎㅎ 난 준이 태교 모짜르트 열심 쳤었는데 이제 벌써 그 뱃속에 있던 놈이 피아노 배우고 있당. ㅎㅎ 너 노래 참 잘 부르지! 참 탤런트도 많아요!
  • 지나 2016/03/05 16:53 # 삭제

    네가 화음 넣어주던 시절이 그립도다...
    피아노 정말 신나게 치는 엄마 둔 애들은 복 받았네 그려
  • 2016/03/27 06:1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l나 2016/03/28 00:03 #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잘 찾아보면 독학할 수 있는 것들도 많더라고요.
    키보드 플레이어가 제작한 강습 CD 같은 것도 팔고, 앱으로 코드를 배울 수도 있고요...

    피아노처럼 비싸고 자리 차지 많이 하는 건 부담스러우니 적당한 키보드 하나 마련해서
    짬날 때마다 조금씩 건반을 만져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정작 이것저것 하느라 진도는 못 빼고 있지만... ㅎㅎㅎ
    (아니 왼손 악보는 어떻게 쳤는지 기억이... ㅎㅎ)
    방 한 구석에 악기가 놓여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좋아요.

    근데 저도 아들이건 딸이건 무술 시킬 건데~?
  • 2016/03/28 15:1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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